관광객 줄고, 관람시설 문 닫고, 야영장·자전거길 폐쇄도

올겨울 대부분 관광지가 찬바람을 맞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독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정국 혼돈에다 민간소비 증가세도 떨어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선 외국인 관광시장을 이끌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 열기도 예년만큼 뜨겁지 않다.

30일 '2017년 성산일출축제' 개막을 하루 앞둔 29일 하루 5천여명의 관람객들이 찾아 성산일출봉을 올랐다.

성산일출봉에는 이달 들어 중국인 관광객 등 관람객이 5천∼6천명 수준이다.

성산일출봉을 관리하는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이달 들어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이달 평일 하루 관람객이 지난해 같은 달 평일 하루에 견줘 10% 내외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일출축제 기간(30일∼1월 1일) 연일 만실을 자랑하던 성산읍 숙박업소에서도 올해는 빈방을 찾을 수 있다.

성산읍 숙박업소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의 인기로 관광숙박업 28곳(1천985객실), 모텔·여관 27곳(1천111객실), 농어촌 민박 및 휴양 펜션 75곳이 성업 중이다.

이 지역 숙박업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축제기간 90% 이상 객실예약이 들어왔으나 일찌감치 방이 동났던 예년보다 반응이 뜨겁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에는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23∼25일) 사흘간 관광객이 11만8천455명(내국인 9만4천852명, 외국인 2만3천603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12만1천807명)에 비해 2.8% 줄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은 3만8천285명(내국인 3만3천549명, 외국인 4천709명)이 찾아 전년에 견줘 내국인은 13.8%, 외국인은 36.4% 급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관광객 감소 현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올해 말까지 예상 관광객은 30일 4만4천여명, 31일 4만3천여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 30일(4만4천500명) 1.1%, 31일(4만3천365명) 0.8%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고승익 제주도관광협회 국장은 "내국인의 경우 민간소비 증가세 저조 등 경기침체 영향으로, 외국인의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다양한 원인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특급호텔도 연말이 되면 연회나 뷔페 등의 예약률이 100%여서 특수를 누렸으나 최근 분위기는 예전보다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 호텔 관계자는 "기업연회보다 가족모임 위주 연회가 많이 들어와 전반적으로 가동률이 조금 줄어들었으나 레스토랑 등은 여전히 호황"이라며 "하지만 눈에 띄게 차분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AI와 독감이 덮친 지역에서는 관광객이 끊기고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는 일까지 있다.

충남지역 철새도래지인 충남 서산 천수만 일대도 AI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천수만 일대는 해마다 큰기러기 등 겨울 철새 25만여 마리가 찾아와 해 질 무렵 수만 마리씩 군무를 펼치는 장관이 연출된다.

이를 관찰하려는 탐조투어객들의 발길이 겨우내 끊이지 않지만 올해는 AI 여파로 한적하기만 하다.

철새생태공원 서산 버드랜드는 지난달 28일 겨울 철새 탐조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이달 23일 전면 휴관에 들어갔다.

서산시 부석면 서산 버드랜드에서는 25만여 마리에 달하는 철새를 손쉽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10월부터 겨울 철새 탐조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철새박물관, 천수만의 4계절을 담은 4D 영상, 둥지 전망대, 철새 탐조, 숲 속 생태체험, 생태가족 캠핑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 방문객들의 높은 호응을 받아왔다.

서산 버드랜드사업소 관계자는 "관람객의 많은 인기 속에 운영하던 겨울 철새 탐조프로그램이 중단돼 아쉽다"며 "앞으로는 방역활동에만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새 탐조 관광객이 줄고 경기침체도 이어져 서산 버드랜드 인근 간월도 횟집들도 손님의 발길이 사실상 끊겨 상인들이 울상이다.

이 지역 횟집 종업원은 "작년보다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 같다.

그나마 찾는 손님도 비싼 회보다는 굴밥 등 저렴한 음식을 많이 찾아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충남 아산만방조제 매립용 골재 생산을 위한 채석장을 개발, 10년 전 관광농원으로 만든 영인면 A농원은 지난 26일 애지중지 키우던 공작과 금계, 은계, 흰 오골계, 비둘기, 토종닭 등 모두 99마리를 살처분해 땅에 묻었다.

A농원 박모 대표는 "애지중지해 온 공작과 금계, 은계 등 예쁜 조류들을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해 묻었다"며 "내방객들에게 귀여움을 받던 소중한 생명인데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불청객 AI 때문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또 남북을 가로질러 삽교호까지 흐르는 곡교천 둔치에 개발한 총연장 16km의 자전거길도 폐쇄했다.

AI 발생농가에서 반경 10km 이내 농가에서 사육 중인 모든 가금류의 이동제한조치에 이은 것으로, 곡교천 갈대 군락지 등을 서식지로 하는 청둥오리 등 야생조류들의 분변이 자칫 자전거 타이어에 묻어 바이러스가 퍼질지도 모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하천 둔치 8천600여㎡ 부지에 67면 규모로 문을 연 곡교천 야영장도 지난 23일 이후 무기한 휴장에 들어갔다.

국비와 시비 등 10억여원이 투입돼 최근까지 이용 건수가 1천53건에 달했으나, 시는 당분간 캠핑장 문을 닫고 내년 봄 다시 문을 열 때까지 관리동과 화장실, 샤워장, 음수대 등 시설관리만 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군 제독 차량까지 동원하고 인체감염 예방 등을 위한 거의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며 "AI 차단망을 더 넓게 하려고 자전거도로와 야영시설까지 폐쇄, 당분간 시민불편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겨울철 서부산 지역의 대표 볼거리로 이맘때 5천명 정도가 찾는 철새 탐방행사도 취소되고 탐방로도 폐쇄됐다.

관광객이 끊기자 낙동강 오리구이 집들도 영업에 지장을 겪고 있다.

50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을 갖춘 오리구이 집에는 주말에도 10명이 채 안 되는 손님만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내 겨울 축제장마다 AI와 독감 확산 우려에다 설상가상 겨울철 얼음이 얼지 않은 날씨까지 겹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4일 한 산란계 농장이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강원 철원군은 내년 1월 1일 오전 5시부터 토교저수지에서 열기로 한 '새바라기' 행사를 취소했다.

내년 1월 7일 개막을 앞둔 국내 대표 겨울축제인 화천의 산천어축제는 화천과 인접한 철원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 겨울축제에 미칠 여파를 사전에 줄이려고 축제 주최 측에서 비상이다.

화천군은 연말 예정된 2017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을 연기하고 AI 차단 장소를 늘리는 한편, 방역을 한층 강화했다.

화천산천어축제는 2011년 당시 구제역 여파로 축제를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한 아픈 기억도 있다.

상대적으로 AI 확산이 덜한 강원도 스키장과 유명 일출 명소 주변은 축제 기간만은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용윤 이상학 한종구 차근호 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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