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사 강탈 시도' 혐의 부인…"선의의 설득 나선 것"
회사 자금 횡령 빼고 모두 부인…"진심 반성하고 사죄"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광고사 강탈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차은택(47) 광고감독 측이 최씨의 '행패'를 막으려 '선의'로 행동한 것일 뿐 광고사를 빼앗으려 한 게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한때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했지만 자신의 처벌이 걸린 형사법정에선 최씨와 정면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29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차씨의 변호인은 "최씨의 지시를 따라 공동 인수 협상을 추진했을 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변호인은 "그 과정에서 최씨로부터 세무조사 운운하는 험한 말이 나와 그런 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해 송성각(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통해 컴투게더 대표를 '선의'로 설득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차씨는 최씨,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모해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를 협박해 강압적으로 지분을 넘겨받으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변호인은 또 KT에 압력을 넣어 지인 2명을 채용하게 하고, 최씨와 공동 운영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게 한 혐의도 부인했다.

최씨에게 지인의 채용을 부탁한 건 사실이지만 어떤 경위를 거쳐 채용됐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 대행사로 선정되는데에도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오찬·만찬' 관련 용역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도 부인했다.

다만 허위직원 급여 등의 명목으로 아프리카픽쳐스 자금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는 인정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차씨는 "횡령은 정말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이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차씨의 핵심 혐의 판단을 위해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와 황창규 KT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절차를 마무리한 뒤 다음 달 10일 서류증거 조사를 시작으로 본 재판에 들어간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