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영장청구…'삼성합병 논란' 수사 분수령 되나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국정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9일 수사 이후 처음으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특검팀은 최씨 딸 정유라 씨(20)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와 관련해서도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규철 특검보는 “문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국회에서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국정조사 특위에서 증언하면서 삼성 합병과 관련해 지시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위증한 것도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문 전 장관은 특검 조사에서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압박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특검팀이 전했다.

문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는 특검 수사의 초반 분수령으로 평가받는다. 법원은 30일 곧바로 문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개시할 방침이다.

특검팀이 법원에서 문 전 장관 구속영장 발부를 이끌어낼 경우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첫 수사 대상인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과정에 대해 특검이 어느 정도 부당성을 입증했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밝혀내지 못한 ‘청와대(박근혜 대통령)→복지부(문 전 장관)→국민연금(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삼성’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경우 문 전 장관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복지부 압력에 따라 합병에 찬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홍 전 본부장 등 관련자 조사에서도 수월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특검의 첫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 특검의 수사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삼성 계열사 합병 찬성 자체에 대해 “배임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과 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 간 대결 구도였던 당시 상황에서 한국 대표 국부펀드인 국민연금이 엘리엇의 편을 들기 힘들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했다면 국민적인 저항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평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또 재계에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외국계 헤지펀드가 한국 대표 기업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마저 합병에 반대했을 경우 국내 자본시장은 예측불허의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불러 삼성전자가 최씨 조카인 장시호 씨가 세운 단체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를 이날 오후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관련해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사무실과 최경희 전 총장의 자택과 집무실,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