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간부 통해 국민연금에 압력…文, 혐의 강력 부인
홍완선 구속영장 청구도 신중 검토…'자백'이 변수될 듯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 비위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긴급체포해 조사중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이르면 29일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 1시 45분께 문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며 조사가 일단락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장관에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작년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가 적용됐다.

문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있던 작년 7월 산하 기관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복지부 국장급 간부들은 앞서 특검 조사에서 문 전 장관이 합병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원회에 삼성합병 안건을 올리지 말고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독자 결정하라는 취지로 주문하는 등 삼성합병에 찬성하라는 지시를 사실상 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도 전날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복지부로부터 합병에 찬성하라는 취지의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문 전 장관은 그러나 전날에 이어 이틀째 진행된 조사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고수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한 다른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그를 구속 상태에서 계속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전날 문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다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28일 새벽 1시 45분께 긴급체포했다.

긴급체포 시한은 30일 새벽 1시 45분까지다.

따라서 특검은 이르면 29일 오후 늦게나 30일 이른 새벽 구속영장 청구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할 전망이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삼성합병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협조하라는 지시나 요구를 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에게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다만 그가 초기 진술을 번복해 복지부의 압력 사실을 시인한 만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배임 정황, 청와대·복지부의 직권남용 의혹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된 가운데 특검은 제3자 뇌물 의혹의 고리를 완성하기 위해 삼성그룹의 최순실(60·구속기소)씨 특혜 지원, 청와대와 삼성의 '밀약 의혹'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채새롬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