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가 제대혈은행' 지위 박탈하고 예산도 환수 방침
차병원 "임상시험 전 시험적 시술…가족제대혈 무관" 주장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전 진료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며 각종 의혹이 제기됐던 차병원그룹이 불법행위의 온상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차병원은 최씨에게 VIP 진료를 제공하고 정부의 줄기세포 연구 승인받았다는 특혜 의혹과 최씨 일가를 통해 박 대통령을 위한 대리처방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이를 모두 부인해왔다.

특히 과거 차병원에서 근무했던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병원 원장이 박 대통령의 마늘주사, 피 검사 등 비선진료를 담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김 원장에게 책임이 있다며 병원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이런 가운데 보건당국의 조사결과에서 차병원이 연구용으로 기증받은 산모의 제대혈을 제멋대로 사용한 사실 등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서 다른 의혹들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 일가가 불법으로 제대혈 시술을 받은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차 회장 일가의 불법시술이 드러난 제대혈은 태아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으로,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와 세포의 성장·재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가 풍부하다.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산모가 연구용으로 기증하는 공익적 목적의 '기증제대혈'과 백혈병 등 미래의 아이에게 발생할 수 있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보관되는 '가족제대혈'로 구분된다.

공익 목적인 기증제대혈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시술을 받으려면 임상시험 연구 대상자로 등록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차 회장과 차 회장의 부인, 차 회장의 아버지 등 3명은 연구 대상이 아니면서도 총 9차례 제대혈 시술을 받았다는 게 복지부의 조사결과다.

산모가 질병치료나 의학적 연구를 위해 대가 없이 제공한 제대혈을 차 회장 일가가 연구를 빙자해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차 회장 일가의 제대혈 시술에 가족제대혈이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차병원그룹은 개인 고객의 가족제대혈을 보관하는 제대혈은행인 '아이코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병원 관계자는 "임상시험 전에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차 회장 일가가 시술을 받은 것이지 미용이나 다른 개인적 목적은 아니었다"며 "시술은 모두 분만 과정에서 버려지는 기증제대혈을 이용했고 가족제대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 회장 일가의 불법 제대혈 시술에 따라 앞으로 차병원의 제대혈 연구에는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게 됐다.

복지부는 차 회장 일가에게 제대혈을 제공한 차병원 제대혈은행에 대해 '국가 기증 제대혈은행'의 지위를 박탈하고, 2015년 이후 지원한 예산 5억1천800만원을 환수할 방침이다.

국가 지정 제대혈은행에는 기증 제대혈 1개당 63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이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차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의뢰된 상태로 수사결과에 따라 현재 분당차병원에서 수행되고 있는 제대혈 시술을 이용한 뇌 손상 및 뇌성마비 환자 연구 3건에 대해서도 중단 여부도 결정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차병원은 그동안 VIP 진료를 내세우며 고액의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해 빈축을 샀지만, 이 과정에서 허위·과장광고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차움의원을 노화방지나 건강관리 '전문의료기관'으로 광고한 것은 허위광고에 해당한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전문의료기관이라는 명칭은 복지부 장관의 전문병원 지정을 정식으로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이 별도의 의료기관인데도 하나의 기관인 것처럼 광고한 부분 역시 과장광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의료법 위반 광고에 대해 복지부는 성광의료재단 이사장을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하도록 강남구 보건소에 요청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