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류 독감' AI 맹위에 농민들 한 걱정…충북도, 태양광 보급 추진
연료비 절감·방역 효과 일석이조…"농지 전용이 관건, 농림부와 협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리는 때는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다.

'가금류 독감'이라고 불리는 AI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바이러스가 더 빨리 퍼지기 마련이다.

겨울철만 되면 양계 농장의 연료비 걱정이 커진다.

열풍기를 틀어 축사 내부 온도를 23도로 맞추는데, 10만 마리의 육계를 사육할 경우 한 달간 2천만원의 연료비가 든다고 한다.

계열화 농장의 경우 계열사가 연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농장주로서는 큰 부담이다.

반면 오리 농장은 난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추위에 약한 닭보다는 보온성이 우수한 촘촘한 깃털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충북에서는 육용 오리 사육농가를 중심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지금은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주로 발생하고 있지만 지난달 16일 AI가 처음 터진 곳은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의 육용 오리 사육농가이다.

그 이후 대대적인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도내 70%가량의 오리를 키우는 음성·진천에서는 오리 씨가 말랐다.

두 지역의 122개 농장이 오리를 사육했지만 지금은 단 한 곳도 없다.

AI 바이러스에 감염돼 살처분됐거나 출하 후 새끼오리를 입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6일 오전 0시 기준, 전국적으로 2천6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충북에서만 313만3천 마리에 달한다.

AI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오리 축사 내부 온도를 높이기 위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축사 내부 온도를 높이려면 연료비가 큰 부담일 텐데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농장주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시설 보급, 농가의 연료비 절감, 방역 효과 제고라는 복합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충북도의 구상이다.

설치 비용의 70%가 국비로 지원되는 만큼 농장주는 나머지 30%만 부담하면 된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축사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지어진 가금류 축사의 주요 건축자재는 패널인데, 그 지붕이 태양광 발전시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남향인지가 관건이다.

충북 음성군의 한 관계자는 "구조진단에서 이상이 없고 남향이라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가 가능할 텐데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축사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 농가의 축사 실태는 더 심각하다.

닭보다 AI 피해가 더 큰 데도 비닐하우스 축사가 적지 않다.

이런 축사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

축사 바로 옆에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농지 전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를 밟는 게 만만치 않다.

그러나 충북도는 AI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된 상황에서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농지 전용 허가를 비롯한 법적 부분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한 후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며 사업설명회를 열어 수요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