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신분…'문화계 블랙리스트' 정관주 前차관·안종범 前수석도 출석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이 27일 박영수 특별검사실에 출석한다.

특검은 27일 오전 9시 30분 문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고 26일 밝혔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있던 작년 7월 산하기관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을 의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당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소속 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도 무시됐다.

특검은 이처럼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밀어붙이는 과정에 청와대 등 윗선의 입김이 들어간 게 아닌지, 문 이사장이 여기에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문 이사장이 국민연금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한 정황은 이미 드러나 있다.

한 인사는 문 이사장이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고 언론에 증언했다.

특검도 "문형표 당시 장관이 합병 찬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러한 의혹을 확인하고자 이날 오전 문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합병 찬성 의결을 주도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국민연금 의사 결정에 관여한 바 없고, 청와대 지시나 삼성 측과의 사전 교감도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특검은 또 27일 오전 10시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정 전 차관은 2014년 말부터 올 초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이른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영향력으로 문체부 차관에 발탁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 전 차관 역시 이날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특검 관계자는 "문 이사장과 정 전 차관은 일단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의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들 외에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남부구치소에서 불러내 조사하기로 했다.

앞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구속기소 됐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을 상대로 재단 출연금 모금이나 최씨의 이권 취득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