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육아부담 덜자"…경산산단 1호 직장어린이집 열어
경북 경산시 진량읍 에나인더스트리(대표 신철수)는 1990년 설립된 자동차부품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불쾌감을 줄이는 엔진 마운트와 고무부품이 주력 제품이다. 고급차의 디자인과 정숙성을 결정하는 필수 부품이다.

이 회사는 경산·경주·천안 3개 공장에 직원 330명을 두고 지난해 9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기아자동차, 삼성자동차는 물론 크라이슬러, GM포드 등 글로벌 기업에 공급한다.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저성장 시대에도 이 회사는 수출과 매출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에나인더스트리 기술연구소 직원들이 4축 내구 시험기로 생산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에나인더스트리 제공
에나인더스트리 기술연구소 직원들이 4축 내구 시험기로 생산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에나인더스트리 제공
지방의 많은 중소기업이 현장직 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지만 이 회사는 몇 년 전부터 현장직 구직자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자리 미스매치의 주원인인 지방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근로자를 위한 과감한 교육 및 투자가 그 비결이다. 신승동 부사장은 “한국노총 경북본부와 함께 기업현장을 바로 알게 하는 탐방 기회를 자주 가진 것이 편견을 바로 잡는 데 주효했다”고 소개했다.

방학 기간에는 대학생들에게 학점인정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현장직에 대한 인식 개선은 신철수 대표의 엔지니어에 대한 사랑과 교육, 과감한 투자가 한몫했다.

1990년 단돈 290만원의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해 매출 1000억원대(올해 예상) 기업으로 키운 엔지니어 출신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회사명 ‘에나’는 경남 진주지방 사투리로 ‘진짜’를 의미한다. 신 대표는 ‘진짜로 좋은 회사와 제품’은 ‘진짜’로 좋은 인재에서 나온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신 대표는 “직원과 회사가 같이 성장하고 이익도 분배한다는 ‘에나정신’과 능력 중심의 ‘에나형 인재’ 육성정책이 그동안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도 직원들과 함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나인더스트리는 지난 5월 직장 어린이집 건립에 50억원을 투자해 개관했다. 대기업 계열사들도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일로 경산산업단지 내 367개 제조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신 대표는 “기업에서 가장 열심히 일할 나이가 대리, 과장급 직원인데 대부분 보육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3년간의 준비 끝에 완공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경북노총, 근로복지공단 등과 함께 경산의 20여개 기업과 협약을 맺고 어린이집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강문아 한국노총 경북본부 직업상담사는 “오랜 근무로 숙련된 근로자들이 육아 때문에 퇴직하는 일이 없어졌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임금도 중요하지만 육아와 자기계발 등의 환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