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대통령 지시·최순실 관여' 초점
문형표 직권남용·김진수 '청와대-국민연금 메신저'·삼성 지원 의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수사망을 빠르게 좁혀가는 양상이다.

특검팀은 26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주거지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수사 전개 방향과 관련한 설명에 거침이 없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문 전 장관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중이던 작년 7월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당시 합병안 찬성 결정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이뤄졌다.

국민연금이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의 지시에 따라 시장 논리를 거스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 측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대가로 현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국민연금의 결정 직후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지원하는 220억원대의 컨설팅 계약을 맺는 등 거액을 지원한 게 뇌물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검 측은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서 장기간에 걸쳐 사실상 정씨 1인을 대상으로 삼성 측이 대규모 지원에 나선 배경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공식 수사 개시일인 2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을 포함한 10여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며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어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 간부들을 줄소환한 특검팀은 이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특검팀이 문형표 전 장관뿐 아니라 김진수 비서관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수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 비서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국민연금에 전달한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이달 6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김 비서관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최순실 씨와 공모해 불법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모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주로 최씨의 청탁에 따른 박 대통령의 지시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이 같은 지시 체계가 작동했음을 밝혀낸다면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 규명작업은 탄력을 받게 된다.

특히 특검팀이 문 전 장관과 김 비서관의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중요한 물증을 찾을 경우 제3자 뇌물 혐의 퍼즐을 맞추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범죄 혐의 단서를 찾으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보배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