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유력인사들에 선의로 돈 건넸다"고 진술한 듯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 핵심인물인 이영복(66·구속기소) 회장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조금씩 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답보상태에 있었던 검찰 수사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26일 사정 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회삿돈 705억원 횡령·사기혐의 일부는 물론 비자금으로 정관계 유력인사를 상대로 로비한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던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석 달 넘게 도피하던 이 회장을 지난달 10일 붙잡아 1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으로 정관계 유력인사를 상대로 엘시티 사업 관련 로비를 한 것 아닌가 보고 이 회장을 한 달반 동안 압박해왔지만, '자물통'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최근 이 회장이 약간의 심경 변화를 일으켜 몇몇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의 실명을 대며 "특별한 민원 없이, 명절 때나 용돈 명목으로 약간의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던 이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관련 검찰 수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 회장에게서 1억원이 넘는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혐의 일부도 이 회장이 확인해줬다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이 회장의 가족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현 전 수석에게 상품권을 갖다 준 적이 있다"고 진술했고, 검찰이 이 진술을 토대로 현 전 수석과 주변 인물을 광범위하게 조사해 현 전 수석이 4억3천만원대 부정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이 회장에게서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된 부산 최대 친박조직 전 사무처장 김모(64)씨의 혐의 수사 역시 이 회장 입에서 나온 진술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부산 국회의원들과 고위 공무원 몇 명에게 특별한 민원 없이 용돈으로 돈을 건넸다'는 이 회장의 진술을 확보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들 유력인사와 주변 인물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일부 로비 혐의에 관해 입을 열기 시작해 로비 의혹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 회장이 검찰 압박에 못 이겨 제한적으로 입을 연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