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인사전횡'·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조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부터 정부세종청사 문체부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인사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하고 있다.

대상지에는 조윤선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집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문체부 인사전횡' 의혹 등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자 압수수색에 나섰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의혹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김 전 차관에게 명단을 주면서 실·국장들을 자르라고 했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6명이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이 중 3명은 공직을 떠났다.

이 사건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사실상 소유하며 마음대로 주무른 것으로 드러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지닌다는 해석을 낳았다.

재단 설립에 앞서 업무를 관장하는 문체부를 길들이려는 조치였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이기도 하다.

이들 단체는 김 전 실장이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막았다고 주장하며 이달 12일 특검팀에 고발장을 냈다.

그해 9월 세월호 생존자 구조작업에서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차단하도록 모의하고, 계획이 불발되자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듬해 1월에는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영화계 좌파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이들의 정부 지원 사업 참여를 막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 전 실장 자택과 문체부 관계자 여러 명의 자택도 압수수색하고 있다.

(서울·세종연합뉴스) 최송아 김수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