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뜨끈한 국물 '후루룩'…한겨울, 치아는 괴롭다
추운 겨울 뜨거운 국물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다. 꽁꽁 언 몸을 녹이는 뜨끈한 국에 밥 한 공기면 추운 겨울도 거뜬하게 날 수 있다. 하지만 뜨거운 국물이 치아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뜨거운 국물 음식을 많이 먹는 겨울철 치아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기름과 염분, 치아 건강 해쳐

혀끝이 델 정도로 뜨거운 국물은 시린 증상을 일으키는 충치 치주염 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국물은 주로 육류를 우려내기 때문에 기름이 많다. 기름기는 치아 표면이나 칫솔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들러붙기 쉽다. 칫솔질을 소홀히 하면 국물 잔여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여러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국물 맛을 내는 데 쓰이는 소금 고춧가루 조미료 등에는 염분이 많이 들어있다. 염분은 입 속 산도를 높인다. 산도가 높아지면 세균 활동이 늘고 치주염 충치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 국물이 치아 틈새로 들어가면 치아 표면에 있는 충치가 신경 부근까지 퍼질 수 있다. 충치가 신경까지 파고들면 뜨거운 국물이 치아에 자극을 줘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국물이 신경에 닿을 때마다 통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치주염을 앓고 있으면 뜨거운 국물이 잇몸을 자극해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최헌주 강북다인치과 대표원장은 “장기간 사용한 보철물은 85도 이상의 뜨거운 국물에 손상되기 쉽다”며 “마모나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형된 보철물과 치아 사이에 틈이 생기면 음식을 씹을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또 다른 치과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시린 이, 원인부터 찾아야

시린 치아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충치는 충치가 생긴 부분을 긁어내고 그 자리를 인공 충전물로 채우거나 금관, 사기관으로 덮어 씌우는 치료를 한다. 치주염은 스케일링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증상이 심하면 잇몸수술을 해야 한다.

보철물을 한 치아나 주변 잇몸에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교체 시기가 지났는지 점검해야 한다. 보철물이 변형되거나 마모돼 보철물과 치아 경계부에 들뜸 현상이 있으면 보철물을 다시 씌워야 한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최 원장은 “많은 사람이 칫솔질을 할 때 힘을 줘 옆으로 세게 닦는데 이는 법랑질을 마모시켜 시린 증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잇몸과 치아가 닿는 부분에 45도 각도로 칫솔모를 댄 다음 조금씩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닦아야 한다”고 했다.

칫솔 선택도 중요하다. 칫솔모는 부드러워야 하고 치아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끝은 둥글게 가공된 것이 좋다. 3~4개월마다 새로운 칫솔로 교체해야 한다.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면 시린 치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시린 증상이 심하면 국물 위주 식사습관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