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2년 만에 상급노동단체 재가입…임단협·분사 '험로'

현대중공업 노조가 12년 만에 상급노동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복귀를 결정해 향후 노사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의 임단협·구조조정 저지 투쟁에 상급노동단체까지 연대에 나설 경우 노사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중 노조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전체 조합원 1만4천440 명을 대상으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가입안건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여 투표자 1만1천683명 가운데 8천917명(76.3%)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노조는 2004년 사내 협력업체 전 직원의 분신사건과 관련해 '반노동자 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로 당시 상급노동단체인 금속연맹(옛 금속노조)으로부터 제명된 뒤 독립적인 기업노조의 길을 걸어왔다.

노조가 12년 만에 다시 산별노조인 상급노동단체에 가입한 것은 지금의 독립 기업노조로는 투쟁력과 조직력에 한계가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노조 스스로도 "산별노조에는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실업자, 정년퇴직자까지 가입할 수 있어 더 단결할 수 있고, 더 힘차게 투쟁할 수 있다"며 "회사의 구조조정에 맞서기 위해 산별노조에 가입했다"고 강조했다.

수년째 지속한 조선 위기 속에 현대중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마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회사의 희망퇴직과 분사 구조조정까지 겹쳐 노사 간 갈등과 반목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 중 10여 차례 이상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과 수십여 차례에 달하는 부분파업을 벌였지만, 노사협상은 합의 안건 하나 없이 겉돌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임단협 타결과 구조조정에 맞선 생존권 확보를 위해 노조의 투쟁력과 조직력에 변화를 꾀해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조속한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필요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상급노동단체 가입으로 현대중 노사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 5월 시작한 올해 임단협에서 12월 말인 아직도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지루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제부터 상급노동단체까지 가세해 현대중 임단협에 관여할 경우 회사 측과의 대화와 타협 가능성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노사 교섭이 해를 넘겨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회사는 '노사현안은 노사가 풀어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해 상급노동단체의 개입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보여 꼬인 실타래가 더 꼬일 가능성이 크다.

노조 투쟁도 더 거세질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 노조는 강성 노조집행부가 재임하면서 이미 올해까지 3년 연속 임단협 파업을 벌였다.

앞으로 노사가 스스로 풀지 못하는 현안마다 상급노동단체가 지원 투쟁에 나서면 노사관계는 더욱 짙은 안개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민노총의 핵심 사업장으로 국내 자동차와 조선의 양대 축인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가 보조를 맞추는 공동투쟁도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24일 "현대중공업도 현대자동차 노조처럼 회사와 무관한 정치 현안과 관련해 상급노동단체가 내리는 투쟁 지침 때문에 겪는 노사 또는 노노 갈등이 생기고, 노사 관계도 더욱 복잡하게 얽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