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할지 검토"…朴대통령 뇌물죄 집중도 고려한 듯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3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 수사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재판소가 어제 세월호 7시간 의혹에 관한 기록을 요청했는데 이는 수사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특검법 수사 대상 1호부터 14호까지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는 않다"며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 세월호 7시간 의혹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고 수사에 나설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의혹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위해 여야 합의로 만든 특검법에 명시된 14개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특검법에 명시된 대상 가운데 김영재의원의 특혜 의혹을 포함한 최순실씨의 '의료 농단'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7시간 의혹도 자연스럽게 포함될 여지가 있다.

특검법은 14개 대상 외에도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는데 7시간 의혹이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특검보가 밝힌 입장은 박영수 특검의 과거 발언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박 특검은 이달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도 수사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국민이 지금 제기하는 가장 큰 의혹 중 하나"라며 포함된다고 답한 바 있다.

수사 환경이 급변한 것을 고려해 7시간 의혹 수사에도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탄핵 사유로 명시했고 이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헌재는 22일 1차 준비절차 기일에서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박 대통령 측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의혹이 탄핵심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커져 특검팀이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헌재 탄핵심판에서 드러난 사실이 특검 수사와 차이를 보일 경우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수사력의 분산과 낭비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벌기업이 최순실씨 측을 금전적으로 지원한 과정에서 불거진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공식 수사 개시일인 21일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를 택한 것은 수사의 초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그러나 주어진 수사 기간인 70일 동안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규명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은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지만, 의혹만 무성할 뿐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별로 없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들도 강한 부인이나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진실 규명이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수사에 섣불리 나설 경우 이는 자칫 수사력을 빨아들이는 '수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세월호 7시간 의혹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 대상에서 어디에 해당되는지 그런 부분을 고려해 검토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보배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