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역사 당인리발전소의 '변신'…서울복합화력 공사 현장 가보니…

2018년말 완공 목표
지하 35m에 발전기 설치
원전보다 외벽 두꺼워

기존 4,5호기 재활용
문화창작 발전소로 사용
한강 연계 문화공간 조성
23일 서울 상수동 서울복합화력 건설 현장에서 지하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3일 서울 상수동 서울복합화력 건설 현장에서 지하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3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서울복합화력 건설현장. ‘젊음의 거리’ 홍대 입구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떨어진 이곳은 거대한 콘크리트 웅덩이를 방불케 했다. 땅속 35m까지 파 들어가 축구장 3개가 넘는 면적에 40만㎾급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발전기 2기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문규 한국중부발전 서울건설본부 공무차장은 “발전기는 땅 밑에 묻고 지상부는 한강변과 연계한 도심공원 및 문화시설로 꾸며 시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전소 폐지 대신 지하화

세계 첫 도심 지하 발전소…지상은 휴식공간으로

한강을 사이에 두고 여의도를 지척에 둔 서울 노른자위 땅에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도심 속 ‘지하 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2018년 말 완공 예정으로 현재 공정률은 63%다. 지상에는 2019년 말까지 대규모 공원과 문화공간이 조성된다. ‘혐오시설’로 인식돼 외진 곳에 동떨어져 있던 발전소가 시민의 휴식처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지하 발전소가 들어서는 서울화력은 과거 ‘당인리발전소’로 불렸다. 1930년 국내 최초 석탄화력발전이 시작된 곳이다. 1970년대엔 서울 전력수요의 75%를 책임지기도 했다. 대기오염 우려가 제기되며 1993년부터 발전연료를 LNG로 바꿨다. 여기서 나온 지역난방열은 마포와 여의도, 반포지역에 공급되고 있다.

지하 발전소 건설에 이르기까진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 발전기 노후화와 도심미관 문제가 대두하면서 발전소 존폐 문제가 불거졌다. 존폐 논란을 비켜갈 해법이 지하화였다. 정부는 2007년 지하 발전소 추진계획을 확정해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친 후 2013년 6월 공사에 착수했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현재 3.7%인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0%로 상승한다. 서울화력의 지역난방 공급가구 수도 5만7000여가구에서 10만가구로 늘어난다.

◆원전보다 안전성 높여

당인리발전소 조감도.

당인리발전소 조감도.

도심 지하에 80만㎾급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당연히 가스 폭발 등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가 제기됐다. 이문규 차장은 “별도 저장고 없이 바로 외부 배관을 통해 LNG를 공급받는 구조라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 외벽(1.2m)보다 훨씬 두꺼운 4.2m의 콘크리트 외벽과 차수벽 등이 지하 발전소를 감싸고 있다. 이 차장은 “원전과 마찬가지로 규모 6.4 지진에 견딜 수 있게 내진설계를 했고, 설사 더 큰 지진이 나더라도 바로 터빈을 정지하고 가스공급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발전설비 대부분이 지하로 들어가면 지상부에는 88m 높이 굴뚝 2개와 사무동만 남는다. 전체 부지면적 11만9000㎡의 약 75%(8만8000㎡)에 달하는 나머지 공간 대부분은 공원으로 조성된다. 지난해 가동이 중단된 4호기와 곧 가동이 중단되는 5호기는 해체하지 않고 ‘문화창작 발전소’로 재탄생한다. 중부발전으로부터 시설을 무상임대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곳을 영국의 ‘테이트모던’과 같은 문화예술 창작활동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영국은 2000년 런던 템스강변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세계 최대 현대미술 갤러리인 테이트모던을 세웠다.

서울시와 마포구도 발전소 공원과 연계한 개발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마포구는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발전소와 인근 절두산 성지, 망원 한강공원을 연결하는 3㎞ 구간에 대규모 수변문화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발전소가 인근 홍대문화거리와 한강공원을 잇는 멋진 코스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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