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쓰던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 105마리 '비상'

서울대공원이 '황새마을' 내 천연기념물 원앙 49마리를 안락사시킨 데 이어 나머지 52마리까지 23일 모두 안락사했다.

서울대공원은 "전날 문화재청에서 안락사를 허가하는 공문을 보내와 오늘 안락사를 진행했다"며 "조류인플루엔자(AI)의 중요한 매개체가 원앙이 속한 오리류다.

지금은 음성으로 나타났어도 후일 AI가 발현될 수 있어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공원 황새마을에서는 이달 폐사한 황새 2마리가 AI로 최종 판명된 바 있다.

공원 측은 같은 방에 있는 원앙 8마리를 우선 살처분했고, 이어 황새마을 내 다른 방에 있던 원앙 49마리도 AI 양성 반응이 나왔거나 AI 바이러스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안락사했다.

이날 52마리가 추가로 안락사하면서 황새마을에는 원앙이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됐다.

서울대공원은 "공작마을에 있는 원앙 70여 마리는 무작위 샘플을 추려 인후두·분변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며 "황새마을 외에서는 AI 양성 반응이 나온 조류가 한 마리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황새마을 '같은 지붕'을 쓰던 나머지 천연기념물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황새마을에는 한 지붕 아래 서로 나뉜 방 8개가 있다.

황새마을에는 노랑부리저어새 11마리와 황새 6마리 등 천연기념물 13종 105마리가 살고 있다.

천연기념물이 AI 양성 반응이 나오면 관할 문화재청에 바로 보고한 뒤 선제적으로 안락사를 시킬 수 있다.

AI 개체와 같은 공간에 있던 천연기념물은 음성으로 판명나도 일단 격리해야 하며, 감염이 우려되면 전문가와 문화재청 등 허가를 얻은 뒤 살처분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황새마을 밖 다른 공간에서 사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도 관심거리다.

서울대공원 전체로 따져 보면 천연기념물은 15종 195마리, 멸종위기종은 48종 418마리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겹친다.

특히 화색조, 검은목두루미, 큰장수앵무 등은 전국에서 서울대공원에만 있는 희귀 조류다.

서울대공원은 "멸종위기종은 환경부의 지침을 따르게 돼 있다"며 "멸종위기종이 AI 양성 반응을 보인다면 바로 안락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격리된 상황이라면 일단 추이를 지켜본 뒤 안락사를 검토하게 돼 있다.

양성 판정이 나온다고 바로 살처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