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소화장비 전문 제조업체인 아산정밀은 연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사진은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 내 아산정밀 본사 작업장. 아산정밀 제공
군용 소화장비 전문 제조업체인 아산정밀은 연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사진은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 내 아산정밀 본사 작업장. 아산정밀 제공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 내 아산정밀(대표 전태구). 군용 소화장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이 회사는 2013년 연구개발(R&D)비로 11억5000만원을 썼다. 같은 해 총 매출은 76억원이었다. 매출의 15% 이상을 R&D비로 집행한 ‘특이한’ 이 회사의 임직원 수는 49명이다. 이 중 연구개발 인력이 12명이다.

R&D 투자 확대는 직원 수 급증으로 이어졌다. 2005년 8명에서 2010년에는 35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고, 매년 5명 안팎을 충원해 올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청년친화 강소기업은 최소 7년 이상 임금체불 이력이 없고, 월 200만원 이상의 급여와 학자금·기숙사 등 사내 복지제도를 4개 이상 운영해야 한다. 2013년부터 3년간 부산시가 선정한 고용우수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소화장비다. 일반 가정용이 아니라 군용 장비로, 전차(탱크) 내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감지해 0.25초 만에 화재를 진압하는 자동소화 장치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하론가스 자동소화기를 국산화(2008년)한 것도 이 회사다. 주요 거래처는 방위사업청, 군수사령부, 현대로템 등 아산정밀의 기술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정부와 대기업들이다.

주력 분야는 소화장비지만 아산정밀은 사업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게 전태구 대표의 설명이다. 전 대표는 “우리 회사는 대기업 협력업체인 대다수 중소기업과 달리 우리만의 기술로 우리만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며 “최소 5년 앞은 내다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게는 연간 매출의 5%, 많게는 10% 이상을 R&D에 투자해 헬기유도 무기, 대전차 미사일인 현궁 작동기 등을 개발하고 있는 이유다.
R&D에 매출 10% 투자…10년새 직원 6배↑
‘기술 강소기업’을 자처하지만 전 대표의 인재상은 의외였다. 전 대표는 “청년들을 채용할 때 지원자의 능력은 두 번째 고려사항이고 첫 번째는 인성”이라며 “훌륭한 능력을 갖췄지만 인성이 되지 않는 친구는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라, 그럴 바엔 바른 생각을 가진 젊은이를 뽑아 회사에서 가르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특이한 점은 또 있다. 신입사원 처우에 있어 고졸과 대졸 차이를 두지 않는다. 오로지 기술과 일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대학(원) 등록금도 전액 지원한다. 회사 인근에 아파트를 구입해 직원 기숙사도 마련했다. 전 대표는 “제품이 100개 나와야 하는데 90개밖에 안 나왔다고, 혹은 뭔가 새로운 걸 해보려다가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해서 직원을 문책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는 것이고,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이 좀 생각을 달리했으면 합니다. 그저 대기업에 들어가겠다고 영어공부에만 매달리는 학생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자신이 5년 뒤, 10년 뒤에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해보고 진짜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전 대표의 조언이다.

부산=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