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SNS로 사건 공개…제압 후 "난 영웅 아냐…누군가 했으면 하는 일 했을뿐"
대한항공 "규정대로 대응했다" 해명


운항 중인 대한항공 기내에서 만취한 승객이 난동을 피우고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이 1990년대 '팝 발라드 황제'인 가수 리처드 막스(53)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려졌다.

막스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난동 승객 대처에 미숙함을 보였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했으나 대한항공 측은 규정대로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21일 대한항공과 USA 투데이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20분께(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여객기 KE480편 프레스티지석에서 승객 A(34)씨가 만취 상태로 옆자리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침을 뱉는 등 난동을 피웠다.

유명 비디오자키(VJ)인 아내 데이지 푸엔테스와 함께 같은 항공편에 탑승했던 막스는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데 힘을 보탰다고 글을 쓰고 관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승객이 다른 탑승객을 공격했다"면서 "나와 아내는 괜찮지만, 승무원 1명과 승객 2명이 다쳤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승무원들을 향해 쓴소리했다.

막스는 "모든 여성 승무원들이 이 사이코를 어떻게 제지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고 교육도 받지 않았다"면서 "나와 다른 승객들이 나서 난동 승객을 제압했다"고 설명했다.

막스는 "이후에도 이 승객이 포승을 풀고 승무원과 다른 승객을 계속 공격했고, 인천공항에 내린 뒤에야 경찰이 비행기에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막스가 올린 사진을 보면, 난동을 부린 남성 승객은 다른 승객들에 둘러싸여 제지를 당했다.

막스는 그의 난동을 멈추고자 포승을 들기도 했다.

대한항공 승무원은 전기충격기(테이저 건)로 추정되는 물체를 난동 승객에게 겨냥하기도 했다.

막스의 아내 푸엔테스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승무원 누구도 이런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고 난동 승객을 통제하지 못했다"면서 "비행 4시간 동안 무서웠다"고 썼다.

인천을 경유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려던 막스는 "혼란스럽고 위험한 상황"이었다면서 완벽하게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승무원들을 재차 비난했다.

막스는 이후 SNS에 아내와 집에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나는 대단한 영웅"이 아니라면서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누군가가 하기를 바라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썼다.

히트곡 '나우 앤드 포에버'(Now and Forever)로 유명한 막스는 지난 6월 서울에서 21년 만에 내한 공연을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규정대로 적절히 대처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A씨가 옆자리 승객을 때려 승무원이 구두로 경고하고 경고장을 제시했으나 되려 승무원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했고, 이에 사무장이 기장에게 보고해 전기충격기를 꺼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하도 난동을 부려 주변 승객에게 오발사할 우려가 있어 전기충격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대신 포승으로 포박해 1시간여 만에 상황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중간에 포승을 푼 것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해서였으나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자 바로 제압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A씨는 지난 9월에도 대한항공 기내에서 승무원을 밀치고 소란을 피워 검찰에 고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여객기 내 소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도록 항공보안법이 개정됐는데도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외국에 비해 여전히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윤보람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