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3월을 목표로 추진하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교통위원회는 19일 서울교통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처리를 보류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 도철을 통합해 서울교통공사(Seoul Metro)를 설립하는 근거가 되는 조례안이다.

서울시의회 우형찬(더불어민주 양천3) 의원은 "양 공사 통합 관련 노사 의견을 수렴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차분히 따져보려 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로 예상되는 다음 회기에 처리된다고 해도 서울교통공사 3월 출범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인 청산과 사장 선임 등과 관련한 이사회 의결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노사 양측에 질의서를 보내고 공청회를 해서 각계 의견을 두루 수렴할 예정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노사 협의서에 담긴 복리후생과 조직운영 방안 등에 관해 노사정 모두 다른 해석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양 공사 통합은 지난달 노사정 협의서에 노조 조합원들이 찬성하며 본격 추진됐다.

서울시는 곧바로 통합공사 명칭 공모,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이달 2일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히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중한 사안인 만큼 시의회에서 신중하게 살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과도기가 길어지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신속하게 일정을 추진해왔다.

양 공사 통합은 2014년 말 박원순 시장이 선언한 이래 논의가 계속돼왔다.

1년여 노사정 협의 과정을 지나며 예정대로 진행됐으나 올해 3월 노조 투표에서 부결돼 전격 중단됐다.

이후 구의역 사고 등을 거치며 10월 노조가 다시 제안하는 형식으로 재추진됐다.

양 공사 통합이 지연되며 서울메트로와 도철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양 공사는 통합을 기정사실로 하고 조직도와 사규, 사옥 이전 등까지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는 서울메트로는 김태호 사장, 서울도철은 나열 사장 내정자 체제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의회 관계자는 "2월 통과도 장담은 할 수 없으며 그 이후가 되면 대선 등과 맞물려 예측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양 공사 내부 직원들의 불안이 커지며 자칫 안전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