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입회 조사 "언제든지 신분 바뀔 수도"…수사 급물살 시사
박 대통령 뇌물죄-삼성 특혜지원 첫 대상, 재계 10명 이내 조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 고위직 인사를 잇달아 불러 '사전조사' 형식으로 조사하는 등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특검팀은 최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조사한 데 이어 장충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도 만나 조사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박 사장과 장 차장은 최순실(60·구속기소) 씨에 대한 지원 업무의 실무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삼성이 최 씨 측에 제공한 자금을 뇌물로 볼지 규명하는 데 필요한 핵심 인물이다.

특검팀은 이들 외에도 다수의 재계 인사를 사전조사 형식으로 특검 사무실이 아닌 제삼의 장소로 불러 의혹에 관해 파악하는 등 본격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20일 브리핑에서 10명 이하의 재계 인사를 사전 접촉 형식으로 검사 입회하에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 대상자의 신분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 현재로써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전조사 형식으로 특검이 조사한 이들은 대체로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나 상당수는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재계 인사를 전격 체포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 수사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사장과 장 차장은 검찰 수사에서는 참고인 신분이었다.

삼성 고위 인사를 접촉해 조사한 것은 본격 수사 개시에 앞서 대상자를 선별하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지만 특검팀의 판단에 따라서는 이들에 대한 본 수사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작년 8월 최 씨 측에 220억원대 특혜지원을 한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최대 후원기업이기도 하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지원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지하는 대가가 아닌지 살펴봤으나 뚜렷한 혐의점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와 연결되는 삼성의 특혜성 지원 의혹을 사실상 첫 수사대상으로 꼽고 면밀히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특검보는 박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최근까지 약 4년간 박 대통령과 삼성그룹 간의 공식·비공식 접촉을 특검이 모두 들여다본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사실 여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원칙대로 이야기하자면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경우 당연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전 정보수집 대상으로는 삼성 외에 SK·롯데그룹 등도 거론된다.

두 기업 역시 총수 사면이나 면세점 인허가를 대가로 재단 출연금을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의 수사 대상자 접촉은 사실상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강제 수사 역시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특검법상 20일간의 준비 기간을 끝낸 특검은 21일 현판식을 하고 공식 수사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