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 사실 드러나면 배후 수사 불가피…대통령 묵인·방조했나
탄핵심판에도 영향…검찰 수사에선 인사개입 정황 일부 드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포착된 최순실 씨의 정부 고위직 인사관여 정황이 만약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 측이 주장한 통상적 조언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검팀은 사실 여부를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최 씨의 인사 개입 의혹이 입증되지도 않았고 국정 수행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들었더라도 이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서 심부름꾼 역할을 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 씨에게 인사 발표안을 미리 넘기고 최 씨가 이를 수정해 정씨에게 보낸 정황을 보면 최 씨의 역할이 조언수준을 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최씨가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공직 인사안을 첨삭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 '빨간펜 선생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특검 수사에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인사에 통상 수준 이상으로 관여한 정황은 앞서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최 씨가 박근혜 정부의 조각 인사안, 인선 발표전 가안 등을 받아본 것으로 조사했으며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이 광고감독인 차은택 씨를 통해 최 씨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이 이번에 확보한 자료는 최 씨가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주요 직위자를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가 마련한 인사안을 수정하기까지 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서 국정 개입 사태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특검은 정부 인사에 관한 최 씨의 위법 행위를 따지고 있으며 만약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배후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명시적 지시, 혹은 암묵적 용인 아래 최 씨가 인사에 개입하고 정 전 비서관이 이에 따라 하수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에 관한 특검의 수사 결과는 현행법 위반에 따라 관련자 처벌 여부를 결정할 근거가 되는 것은 물론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심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는 최 씨의 인사 개입에 관해 '대통령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기를 기대한 주권자의 의사에 반해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했다'고 기재됐다.

따라서 특검의 수사와는 별개로 헌재가 증거 조사나 증인 신문 등을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이지헌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