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양 "이직 성공하려면 '자기 성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헤드헌팅이라 하면 국내에선 아직까지 ‘우아한 일자리 중매쟁이’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실제 헤드헌터의 세계는 정말 터프합니다. 기업에선 인재를 얻기 위해 과거보다 더욱 세밀한 조건을 내세우고, 이직 희망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관련 업계에 대한 웬만한 정보는 꿰고 있죠. 21세기의 헤드헌터는 양측을 만족시키기 위해 분투해야 합니다.”

한국 최초 헤드헌팅 기업 유니코써어치의 김혜양 대표(49·사진)는 “헤드헌터는 제너럴리스트이자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2000년부터 유니코써어치에 몸담아 왔으며, 이달 초 신임 대표가 됐다.

1984년 설립된 유니코써어치는 당시로선 생소한 헤드헌팅 사업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현재 총 15만여명의 전문 인재 프로필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백 개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헤드헌팅 파트너사다. 그는 “구체적인 고객사 이름을 말하기엔 업무상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양해 바란다”며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 비율이 6 대 4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회사가 설립된 목적 자체가 한국 진출 외국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헤드헌팅과 이직에 대해 외국계 기업이 국내 기업보단 좀 더 개방적으로 생각하는 면도 있고요. 그동안엔 특정 분야의 부문장만 맡아 오다 이제 회사를 총괄하는 위치가 되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김 대표가 이직 희망자들에게 가장 강조한 건 “구체적인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고, 자신을 분명히 나타내는 영어 인터뷰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직 희망자들이 고위직이든 실무자든 직급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실수가 있습니다. 자신이 이전 직장에서 희망 직종과 관련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제대로 말을 못해요. 100을 가졌다면 실제로 면접진 앞에선 60~70밖에 못 내놓는 것이죠. 스스로의 능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아울러 “기업과 이직 희망자, 헤드헌터 사이에 형성되는 신뢰를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평판 조회와 팀워크를 이룰 만한 인성을 점점 더 중시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속이려 하면 이직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에선 ‘열심히 잘할 수 있다’는 유창한 웅변을 원하는 게 아니거든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자신이 낸 성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그게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아요.”

김 대표는 “이직 시장은 한 직장에서 지나치게 짧거나 너무 오랫동안 일한 사람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한 직장에서 적어도 3년 이상은 일해야 경력으로 인정하지만, 20년 가까이 다닌 경우 ‘새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직장 내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넓고 깊게 해 봐야 자신만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며 “아무리 사소한 성과라도 세밀히 정리하면 훗날 이직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