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류 접촉·외지인 왕래로 AI 전파 우려…유해동물 포획도 중요
'AI 청정지역' 보은·옥천·영동 수렵장 계속 운영 '고민중'


정부가 조류 인플루엔자(AI)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하면서 순환수렵장을 운영하는 충북지역 지자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AI 방역 지침에 보조를 맞춰 당장 수렵장 폐쇄 등을 검토해야 하지만,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유해 야생동물 횡포를 생각하면 이 같은 결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에서는 지난달 20일 보은·옥천·영동 3개군에서 순환수렵장을 개설했다.

20만∼50만원의 이용료를 내고 포획 허가를 얻은 수렵인만 1천843명이다.

순환수렵장은 멧돼지·고라니 같은 유해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

대개 수렵장 운영 뒤 2∼3년 정도는 이들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급감한다.

그러나 올해는 무서운 속도로 번지는 AI 때문에 해당 지자체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범으로 지목된 야생 오리류 접촉 가능성이 커진 데다, 전국에서 몰려든 수렵인의 잦은 왕래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AI 발생 지역과 더불어 바로 옆에 붙은 지자체도 수렵장을 폐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괴산·청주에서 발생한 AI 때문에 보은군에는 이미 '폐쇄 권고'가 내려진 상태다.

괴산에서는 지난 3일까지 예방 차원의 살처분을 포함, 3개 농가 가금류 매몰 처리가 이뤄졌고 청주에서는 지난 12일 8개 농가 가금류 살처분 작업이 마무리됐다.

두 지역을 포함, 도내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무려 238만535마리에 달한다.

여기에다가 정부가 16일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높여 대응체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도 고민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방역대책본부를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전환해 전국 모든 시·군에 AI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통제초소를 전국의 주요 도로로 확대하는 등 강화된 AI 대응계획을 내놨다.

순환수렵장에 대한 강제 폐쇄명령은 없지만, 그렇다고 강화된 대응체제를 외면하고 수렵장을 이어가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수렵장을 폐쇄할 경우 해당 지자체는 미리 받은 이용료 중 일부를 남은 기간을 따져 반환해야 한다.

보은군 관계자는 "전체 수입 1억3천500만원 중 8천만원 가량을 내줘야 한다"며 "주변 상황을 고려해 수렵장 운영 여부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국에 개설된 순환수렵장은 21곳이다.

이 중 이날까지 충남 공주 등 5곳이 AI 방역을 위해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충북도 관계자는 "수렵장이 운영되는 보은·옥천·영동군은 다행히 AI 청정지역을 유지하는 데다, 사육 중인 가금류가 많지 않아 전파 위험이 덜하다"며 "그러나 정부 차원의 방역대책이 강화된 만큼 해당 지자체에 수렵장을 폐쇄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