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대상' 박 대통령이 수사 내용·방향 파악 우려…검찰도 신중 태도
대법원장 등 사찰 논란…고발 등 있으면 대응 가능성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관련 수사 기록 제출을 요청한 것에 대해 일단 난색을 보이면서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6일 오전 '최순실 게이트 수사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헌재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취재진 물음에 "현재 법리 검토 중"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검찰과 협의한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에서 기록을 달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법을 어겨가면서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법에 따라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록을 특검과 검찰이 모두 갖고 있는데, 검찰은 원본을, 저희는 사본을 갖고 있다"면서 "어느 쪽에서 제출하는지, 헌재에서 근거로 제시한 법률 규정이 적절한 것인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특검보는 앞서 출근길에 헌재의 제출 요구와 관련해 "(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헌재의 자료 요청에 관해 이날 내부 회의를 할 계획이나 바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보는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아마 오늘 (회의에서) 의견을 못 내면 (박영수) 특검과 상의해서 월요일 정도에 (결론이) 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검찰과도 협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특검팀 안팎에선 헌재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할 경우 박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 방향을 미리 파악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최 씨와 공모한 혐의를 받아 피의자로 입건됐으나 헌법상 불소추 특권 등에 따라 기소되지 않아서 형사재판과 관련해서는 당사자 신분이 아니며 수사 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해 갈 수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사건의 당사자이므로 특검이 헌재에 기록을 제공하면 헌재를 통해 이를 확보할 길이 열린다.

이와 관련해 이 특검보는 "당연히 법적 권리가 있다면 (대통령이 기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수사 기록의 어느 부분을 제출할 것인지는 검찰이든 특검이든 제출할 기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자료 원본을 보유한 검찰 특별수사본부 역시 헌재 측의 요청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수본 관계자는 "간단한 게 아니다. 여러 사례와 법 규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전날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양승태 대법원장 등에 대한 사찰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배후로 국가정보원을 지목한 것에 관해선 "고발한다면 특검에서 처리할만한 사건인지 검토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특검팀이 직접 '인지 수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이보배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