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무관련성 인정돼" vs 정 "방위사업청 소관…개입 못 해"

방산비리에 연루돼 뇌물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정옥근(64) 전 해군참모총장의 재판에서 검찰이 다른 혐의를 적용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5일 서울고법 형사3부(천대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전 총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하며 "파기환송 전 1·2심은 모두 정 전 총장 아들이 받은 금품과 직무의 관련성을 인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정 전 총장의 아들 정모(38)씨에게는 징역 5년, 후원금을 받은 회사의 대표이사 유모(61)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정 전 총장은 STX 측에 '내 아들 회사가 요트 행사를 하니 후원해달라'고 요구했다"며 "후원금 지급이 지연되자 정 전 총장은 다시 한 번 방위사업을 언급하며 '사업할 생각이 있냐'고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파기환송 전 1심에서 선고한 형량과 같은 형을 구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 전 총장에 대한 검찰 구형량은 징역 12년이었다.

반면 정 전 총장의 변호인은 "청탁 대상이 될 만한 구체적인 직무 행위가 없었다"고 맞섰다.

이어 "함정 수주나 방위산업 물자 지정 등과 관련한 권한은 2006년 방위사업청으로 이관돼 해군참모총장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 전 총장은 최후진술에서 "세월호 사건 때 해군 군함이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여론이 일자 검찰이 군에 칼날을 향해 나를 주범으로 몰았다"며 "40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옛 STX그룹 계열사에서 7억7천만원을 장남이 주주로 있는 회사에 제공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해 3월 장남과 함께 기소됐다.

1심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7억7천만원을 정씨 부자가 받은 뇌물로 보고 정 전 총장에게 징역 10년 및 벌금 4억원, 추징금 4억4천500만원을 선고했다.

장남도 공모했다고 보고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3억8천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은 뇌물 액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며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했다.

형량은 정 전 총장 징역 4년, 장남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대폭 줄었다.

대법원은 올해 6월 "후원금을 받은 주체는 요트회사인데 정 전 총장 부자가 직접 후원금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기존에 적용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대신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2일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