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인이 부동산 주식 팔아 얻은 양도소득 과세권 한국에 있다" 첫 판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건물을 매각해 2천500억원대 시세 차익을 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부과한 법인세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5일 미국 론스타펀드Ⅲ 등이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법인세 1천40억원 중 가산세 39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모두 정당하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01년 벨기에 자회사 '스타홀딩스'를 앞세워 강남 스타타워를 사들인 론스타는 2004년 이를 되팔아 약 2천500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세무당국은 '스타홀딩스가 아닌 미국 론스타펀드Ⅲ가 소득의 실질귀속자'라며 2005년 양도소득세 1천억원을 부과했고 론스타는 취소소송을 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이 소송에서 법원은 "론스타펀드Ⅲ가 과세 대상이기는 하지만 법인세 대상이라 소득세 부과는 위법하다"며 론스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세무당국이 대법원 판결 직후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 1천40억원을 다시 부과하자 론스타도 두 번째 소송을 냈다.

1심은 "론스타가 벨기에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 지배구조를 수시로 바꾼 것은 주도면밀한 조세회피 방안"이라며 가산세를 포함한 법인세 1천40억원이 모두 정당하다고 봤다.

반면 2심은 "법인세와 함께 부과한 가산세의 종류와 산출근거를 기재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가산세 392억원을 제외한 세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미국법인이 리츠(REITs) 등과 같은 방식으로 국내 부동산의 주식을 산 후 되팔아 얻은 양도소득에도 한국이 과세권을 갖는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한 판결인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미조세조약은 부동산 양도소득은 부동산 소재지국이, 주식 등의 양도소득은 양도자의 거주지국이 과세권을 갖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미국법인의 국내 부동산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양국 중 어느 국가가 과세권을 갖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대법원은 "한·미 양국 간 상호합의에 따라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과다보유한 법인 주식의 양도소득세에 대해 한국이 과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한·미 조세조약에 반해 부동산에 한해서는 주식 양도도 부동산 소재지국에서 과세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향후 미국이 통상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로펌의 미국 통상 전문 변호사는 "조약 문언 해석에 반하는 판결"이라며 "미국이 투자자-국가 소송(ISD) 등 통상압력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