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농단 의혹' 박채윤과 대화, 정호성 휴대전화에 녹음…"민원성 내용"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단골로 다닌 성형외과 병원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기소)과 나눈 대화 내용이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녹음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가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은 지난 12일 정 전 비서과 김씨 측이 긴밀한 접촉을 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김영재 원장이나 그 부인은 정 전 비서관을 모른다"고 주장했는데 거짓 해명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검은 청와대가 김씨 사업의 전폭 지원에 나선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에 주목해 조만간 본격 수사에 돌입해 박씨와 최씨 간의 관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은 정 전 비서관과 박씨 간에 이뤄진 대화 녹취록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검토 중이다.

앞서 검찰은 10월 29일 정 전 비서관의 자택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8대를 대상으로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을 벌여 정 전 비서관과 박씨가 나눈 대화 녹음파일을 발견했다.

이 휴대전화에는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최씨 등과 전화 통화 또는 현장에서 직접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 236개가 들어 있었다.

여기에 정 전 비서관과 박씨와 대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박씨는 정 전 비서관과 통화에서 '김영재 봉합사'로 알려진 김씨 가족 기업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성형수술용 실 사업과 관련한 민원성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씨가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최씨를 만났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가운데 향후 수사는 정 전 비서관과 박씨가 직접 전화를 주고받고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웠던 정황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대표를 맡아 사업 전면에 나섰던 점에서 박씨가 최씨와 인연을 토대로 청와대에 줄을 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내주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 박 대표와 최씨의 관계를 밝히는 데 힘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전날 청문회에서 김씨 일가의 사업 지원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보건복지부 관계자, 정기택 전 보건산업진흥원장 등이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과 관련해 업무방해죄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에서는 박씨가 남편과 함께 청와대에 '보안 손님'으로 들어가 대통령 진료를 할 때 동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씨는 이 자리에서 화장품도 들고 들어가 대통령에게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가족은 화장품 제조사 존제이콥스도 운영해 눈길을 끈다.

이 소규모 신생 업체는 2월 청와대에 설 명절 선물용 화장품을 납품했다.

또 프랑스 순방에 동행한 이후에는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입점했다.

의원급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김씨는 현 정부 들어 청와대의 각종 지원을 발판 삼아 활발하게 국내외 사업을 벌여 든든한 뒷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앞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4년 김씨의 해외 진출을 추진한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해외 진출이 제대로 되지 않자 얼마 뒤 조 전 수석이 그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는 뒷말도 나왔다.

대통령 주치의들이 병원장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김씨 가족의 성형수술용 실의 임상시험과 해외 진출을 지원한 과정에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기소)이 끼어드는 등 '보이는 손'이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순실 특검법'에는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한 성형외과 원장(김영재)의 서울대병원 외래교수 위촉 과정 및 해외 진출 지원 등 청와대와 비서실의 개입과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 사건'이 핵심 수사 대상의 하나로 규정됐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지헌 최송아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