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김영란법, 최순실 불똥까지…공직사회 송년회 실종

정부 "근무기강 확립하라" 공문…상당수 부처 송년회 자제 지침
"하루 한 건 예약 받기도 힘들어…연말 특수는커녕 문 닫을 판"
"단체예약 반토막"…관가 주변 식당가 '한숨'

지난 13일 오후 8시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 식당가는 한산했다. 평소 공무원들이 단체 회식을 위해 자주 찾는 D식당은 단체예약을 한 건도 못 받았다고 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각 부처 공무원의 송년회가 몰려 예약조차 힘들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인근 식당 주인들의 하소연이다. 공무원들이 많이 찾는 E식당 주인은 “공무원의 송년 모임이 없어지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예약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14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공직사회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탄핵 정국’을 맞아 각 부처에는 근무기강을 철저하게 확립하라는 긴급 지시가 떨어졌고 공무원들의 연말 송년회와 회식 등 술자리는 사실상 사라졌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광화문과 시청 인근 식당가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정부 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복무기강을 바로세우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행자부를 비롯한 일부 부처는 간부 회의를 통해 부서별 송년회를 자제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행자부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현 시국에서 공무원들이 송년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직원들끼리 소규모 술자리조차 갖지 말라고 한 부서도 있다”고 털어놨다.

각 지자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탄핵 정국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서울시도 대부분의 부서가 송년회를 열지 않는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 각 부서는 보통 다음해 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는 12월 셋째주 무렵 일제히 송년회를 연다. 하지만 올해는 대부분의 부서가 송년회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시 공무원들이 송년회를 했다간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저녁 술자리 대신 직원들끼리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조촐한 송년회를 여는 부서가 많다”고 전했다.

공무원의 발길이 끊긴 광화문과 시청 인근 식당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단골 손님인 공무원들의 송년회와 회식 등 술자리 모임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매상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정부서울청사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이맘때엔 5명 이상 단체 예약 문의가 하루평균 2~3건 들어왔다”며 “올해는 하루에 예약 한 건 받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여파로 힘든 마당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쳐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광화문에서 고급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요즘 아는 공무원들에게 ‘최대한 싸게 해줄 테니 회식 좀 하라’고 전화하는 게 일”이라며 “식당 문을 연 이래 지금처럼 손님이 없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