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영향 호텔·식당 연말 특수 실종…영화관객도 '뚝'
"사회 분위기 무거운데 희희낙락 안 될 말"…검소·차분 모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흥청망청 즐기던 송년회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주말마다 이어지는 촛불 집회의 영향으로 으레 연말이면 열리던 대형 호텔과 고급 식당 송년회는 줄었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인 단출한 식사 모임이 늘고 있다.

청주 도심의 한 대형 호텔 연회장의 12월 예약률은 연중 최고의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년에는 인근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 중심으로 대규모 송년 행사 예약이 2∼3개월 전부터 들어와 12월 총 50여건이 잡혀 예약률이 100% 가까이 찼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년 이 호텔 연회장에서 송년회를 여는 한 기업은 당초 100명 규모로 행사를 준비했다가 참가 인원을 절반가량 줄였다.

호텔 관계자는 "작년에는 대형 송년 행사가 많이 열렸는데 올해는 소규모 송년회 예약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연말에 예약한 기업도 예년보다 참가 인원과 규모를 대폭 줄인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성탄절, 연말 파티 장소로 많이 찾는 호텔 스위트룸도 많이 비어 있어 예약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공무원 손님이 많이 찾는 청주시 상당구의 고급 중식당 주인은 "작년보다 송년 모임 예약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한번 타격을 받고, 흉흉한 시국에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청주시에 근무하는 과장급 공무원은 "매주 토요일 촛불 집회가 열리고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된 마당에 공직자들이 모여서 희희낙락하며 술 마시고 즐길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올해는 부서별 송년 모임도 간소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년회하면 떠오르는 흥청망청 단체 회식은 줄어든 반면 조촐한 식사를 하며 한해를 정리하는 모임은 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의 퓨전 뷔페식당 직원은 "10명 이상 단체 손님은 작년보다 20∼30% 줄었지만, 3∼4인 가족 단위 예약은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조금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강모(43)씨는 "연말이면 매일 이리저리 불려 다니던 송년 모임이 많이 줄어서 올해는 가족끼리 조촐하게 식사를 하며 한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20세 이상 남녀 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송년회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간단한 식사를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11월부터 주말마다 시국 관련 집회가 이어지고, 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화관을 찾는 관객수도 작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청주시 용암동에 사는 박모(50)씨는 "주말과 생계를 제쳐놓고 궂은 날씨도 마다하는 촛불민심에 마음으로나마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이 기간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는 총 108편의 영화가 개봉해 1천527만여명이 극장을 찾았다.

올해 같은 달에는 지난해보다 많은 총 182편이 개봉했지만, 관객수는 1천268만여명으로 약 17% 줄었다.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관계자는 "관객수는 개봉 영화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라면서도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감소한 것은 촛불 시국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log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