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전 현대미포조선 대표(오른쪽)와 강원식 노조위원장이 지난 9월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 조인식을 가졌다. 현대미포조선 제공
강환구 전 현대미포조선 대표(오른쪽)와 강원식 노조위원장이 지난 9월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 조인식을 가졌다. 현대미포조선 제공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일감 확보를 위해 노사관계 안정과 공격적인 수주활동, 생산성 향상 등에 나서기로 했다.

강원식 노조위원장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기침체 속에 조선업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서 조선업종 노조원의 고용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일감 확보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노조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수주 실적이 13척, 5억3900만달러에 불과하다. 목표액 30억달러 대비 18%에 그쳤다.

노조는 신규 물량 확보를 위해 노사관계 안정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 보고 현대중공업 노조가 추진 중인 금속노조 재가입이 성사되더라도 금속노조 주도의 연대투쟁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의 핵심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에 맞서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개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인 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다. 2004년 2월 협력업체 직원의 분신자살을 놓고 상급단체와 갈등을 빚은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해 9월 민주노총에서 제명당한 뒤 자진 탈퇴했다.

강 위원장은 “금속노조 투쟁 방향은 조합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업종 노조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며 “조선업종 노조와의 연대에는 뜻을 같이하겠지만 다른 목적의 정치투쟁에는 조합원을 참여시킬 수 없다”고 맞섰다.

노조는 회사 측의 신규 수주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사 공동 수주팀 구성도 제안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 4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버나드슐테와의 LNG벙커링선 수주계약식에 강원식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회사 측 수주활동을 도왔다. 계약식에서 강 위원장은 “노조위원장으로서 안정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최고의 품질과 정확한 납기를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선주사인 버나드슐테 관계자는 “단합된 노사관계를 보며 현대미포조선을 더 신뢰하게 됐다”며 추가 발주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 위원장은 독일 계약식 참석에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와 조선노조 연대에 “노조원 고용 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통보하는 당당함도 보였다. 그는 “직접 수주현장에 가보니 납기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경쟁우위를 갖추지 못하면 수주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안정적 노사관계를 통해 수주활동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작업장 내 중대 재해 예방을 위해 회사 측과 현장 안전점검을 한층 강화하고 생산성 향상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9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등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을 20년째 무분규로 타결하는 기록도 세웠다.

김원희 현대미포조선 상무는 “노사가 합심해 하루빨리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일감 걱정 없는 초일류 조선 사업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