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여대생의 '꿈 사다리'된 성균 한글백일장
“어릴 땐 절대 엄마 아빠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님과 다름없이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게 내 목표다. 내가 부모님에게서 그토록 달라지고자 했던 게 이제 공통점이 됐다.”

카자흐스탄 국제관계 및 세계언어대학 4학년 조 옐레나 씨(20)가 지난 10일 이 대학에서 열린 ‘제8회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백일장’(사진)에 참가해 쓴 글이다. ‘다름’을 주제로 열린 이 백일장에서 옐레나씨는 한때 부모님과 달라지려 노력했지만 이제는 부모님을 닮고 싶어졌다는 자신의 마음 변화를 한글로 풀어냈다. 옐레나씨는 “가난을 이겨내려 온갖 일을 다 하시던 아빠가 심장병으로 쓰러졌다가 기적같이 일어났다”며 “가족을 위해 일터로 향하던 모습이 나를 바꿔놨다”고 회상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3개국에서 36명이 참가한 가운데 옐레나씨가 최우등인 금상을 수상했다. 금상을 받고도 심장이 약한 아버지가 크게 놀랄 것을 우려해 수상 직후 집에 전화 걸기를 망설여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옐레나씨는 시상식에서 “한국 드라마와 노래,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삼성과 LG 등을 보고 한글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나 기업 경영을 공부해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교류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1년에 한 번 동남아시아 중국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의 지역에서 한글 백일장을 열고 있다. 한류 문화를 확산하고 한국과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이 대학 동문인 김홍덕 이래CS 사장이 거액을 쾌척해 행사를 도왔다. 성균관대는 대회 입상자에게 대학원 석사과정 전액 장학금 혜택을 준다. 1회 수상자 아이다로바 아이게림 씨는 성균관대에서 정치외교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카자흐스탄 정부 외교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석규 성균관대 국제처장은 “외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단순히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언어로 여기고 세밀하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며 “일부 참가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