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실업자 증가폭도 6년만에 최저…연말연시 취업난 가중
'한류·저가항공' 덕에 식품·화학·항공운송은 '선방'


조선업종의 실업대란이 본격화하면서 취업자가 3만명 가까이 줄었다.

저가항공 이용객 급증과 '한류'에 힘입은 수출 호조로 항공운송·식품·화학 등의 고용은 호조를 보였지만, 조선·IT산업 등의 고용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상시근로자 고용보험 피보험자(취업자) 수는 1천268만 6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만 3천명(2.3%)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증가 폭은 2010년 9월(27만 3천명)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율은 업종별로 차이가 컸다.

증가율이 높은 업종들은 서비스업이 차지했다.

대표적인 저임금 업종인 숙박·음식업의 증가율이 10.7%에 달했고, 이어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5.5%),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5.3%) 순이었다.

부동산 경기의 호조로 부동산·임대업의 취업자 증가율도 4.5%에 달했다.

모든 업종 중 임금이 가장 높은 금융보험업의 증가율(0.3%)은 매우 낮았다.

고용규모가 357만 7천명에 달해 전 업종 중 가장 큰 제조업은 증가율이 0.2%에 그쳤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은 5천명에 그쳐 8월(9천명), 9월(7천명), 10월(6천명)에 이어 증가 폭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월(-8천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고용 악화를 주도한 것은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치는 조선업이었다.

선박, 철도, 항공장비 등을 제조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은 지난해 말까지 고용이 늘었다.

그러나 선박 수주 급감 등 경기 악화로 올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더구나 6월 1만 2천명이었던 취업자 감소 폭은 8월 2만 2천명, 9월 2만 4천명, 10월 2만 5천명에 이어 11월에는 2만 8천명까지 커졌다.

'실업대란'이 본격화한다는 얘기다.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지난해 말 고용규모는 21만명에 달했으나, 올해 11월에는 18만 1천명까지 줄어 고용규모가 10% 이상 급감했다.

제조업 고용의 14.5%를 차지해 고용규모가 가장 큰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도 10월 취업자 수가 1만 3천명이나 감소했다.

2013년 9월 고용규모가 5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어 올해 11월 고용규모는 51만 7천명에 그쳤다.

이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견디다 못해 국내 전자업체들이 휴대전화, LCD 등 생산기지를 해외로 속속 이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철강 등 '1차 금속산업'은 중국의 저가 철강재 수출 등으로 2013년 하반기부터 고용이 크게 줄다가 지난해 중반 이후 안정되는 모습이다.

다만 고용 감소세는 이어져 11월에도 고용규모가 2천명 감소했다.

1인 가구 증가로 간편식 매출이 늘어난 데다, 한류 영향으로 수출도 호조를 보이는 식료품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1만 2천명 늘어 25만 5천명에 달했다.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화장품이 포함된 화학제품제조업도 취업자 수가 1만명 늘었다.

고용규모는 22만 9천명이다.

해운업 불황으로 수상운송업 취업자는 2013년 초부터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저가항공 활성화 등으로 항공운송업 취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가 925만명으로 23만 9천명(2.7%) 증가했다.

특히, 29인 이하 중소기업에서 20만 2천명 늘어 전체 취업자 증가분의 71.3%를 차지했다.

반면에 300인 이상 대기업은 343만 6천명으로 4만 4천명(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직으로 11월 구직급여를 신규 신청한 사람은 7만 2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천명(7.2%) 증가했다.

연말에는 정년 도래와 계약직 근로자의 계약 기간 만료 등이 많아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2월과 내년 초에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구인배수는 0.64로 전월(0.67)보다 낮아져 구직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을 보여준다.

구인배수는 신규 구인인원을 구직건수로 나눈 것으로, 구인배수가 낮을수록 구직이 어려움을 뜻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조선업 실업자 급증 등으로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IT·전자산업의 고용도 계속 줄고 있지만, 항공운송·식품·화학 등에서 고용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