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7차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근혜 하야’ 구호뿐 아니라 ‘이석기 석방’ 구호를 가슴에 단 인형들이 등장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7차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근혜 하야’ 구호뿐 아니라 ‘이석기 석방’ 구호를 가슴에 단 인형들이 등장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시민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자축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에 박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전 집회 때와 달리 각종 노조단체와 민중연합당 등이 ‘한상균·이석기 석방’과 ‘재벌해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 등 정치적 구호를 쏟아내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지난 10일 열린 7차 촛불집회에 서울 80만명 등 104만명(경찰 추산 16만60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232만명(경찰 추산 43만명)이 모인 6차 집회(12월3일)보다는 줄었지만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적지 않은 인파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는 축제장 같은 분위기였다. 오후 6시 본행사에서 공연을 한 가수 이은미 씨는 탄핵안 가결을 ‘시민혁명’으로 부르며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은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계신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200m가량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는 대규모 폭죽놀이가 진행됐다. 수원에 사는 최희태 씨(57)는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기쁜 마음, 가벼운 마음으로 자축하려고 나왔다”고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는 눈치 보지 말고 탄핵을 수용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신촌과 이화여대 일대에선 서부지역노점상연합이 4000인분의 떡볶이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신촌 노점상 이모씨(60)는 “작은 힘이라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동규 씨(44)는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그만 두유’란 현수막을 내걸고 두유 1만5000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집회 분위기는 종전과는 사뭇 달랐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적 주장을 쏟아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세종문화회관 입구에서 “박근혜 구속, 한상균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광화문 광장의 무대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세월호 인양과 백남기 농민 사건 진상규명을 외치다 감옥에 간 한상균 위원장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측은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과 성과연봉제 도입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통합진보당 이념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진 민중연합당 당원들은 “이석기 전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정치보복을 당한 것”이라며 ‘이 전 의원 석방’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석기 석방’이라고 적힌 대형 풍선 인형까지 동원했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소속 주민 200여명도 집회에 나왔다. 이 위원회의 손소희 조직팀장은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전쟁을 유발하는 사드 배치를 철회하기 위해 국민의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청와대 방향 행렬 곳곳에선 “재벌도 공범, 총수를 구속하라” “재벌을 해체하라”는 구호도 들렸다. 3주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직장인 황준호 씨(30)는 “시위에 ‘무임승차’한 정치적 구호로 촛불집회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동현/황정환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