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수사 촉구…황총리 겨냥 '직무대행 물러나라' 구호도

사건팀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처음 열린 주말 집회인 10일 촛불집회에서는 이전 6주간의 촛불집회와는 다른 구호와 풍자가 눈에 띄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일찌감치 탄핵 가결을 예상하고 이날 집회의 이름을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로 잡았다.

참석자들 대다수는 이전에 인쇄해뒀던 '박근혜 퇴진' 등 피켓을 들고 있었지만, 일부는 탄핵가결 상황이 반영된 피켓을 들고 새로운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은 손글씨로 '국민의 승리다', '국민이 주인이다' 등 구호를 적은 '수제' 피켓을 들고나와 탄핵가결을 자축했다.

반면 탄핵안에 끝까지 반대한 친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의 사진은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인근에 붙여져 시민들의 발에 밟히는 신세가 됐다.

탄핵 가결이 끝이 아니므로 계속 지켜보겠다는 의미를 담은 '끝까지 지켜볼 거다'라고 적고 눈동자를 그린 캔버스도 광장에 등장했다.

시민들은 이 캔버스에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과 김기춘·우병우 등 측근 수사를 요구하는 글을 적었다.

한 건강식품 업체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지치시면 안 됩니다. 닭 잡아서 만든 닭발 액기스 먹고 힘내서 닭 잡아봅시다'라고 겉봉에 적은 건강식품을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겨냥해 "황교안이 박근혜다, 황교안은 사퇴하라", "직무대행(권한대행) 물러나라" 등 구호도 나왔다.

탄핵 가결로 가시권에 들어온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 선거권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공론장에 나왔다.

청소년단체 회원들은 이날 행진 과정에서 '조기대선 16세부터',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YMCA는 광화문광장에서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세계 239개국 중 87%인 208개국의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인데, 한국만 유일하게 만 19세라고 설명하며 서명을 독려했다.

주최 측은 이날 방송차에서 "박근혜를 구속하라", "아무것도 하지 말라", "시간 끌기 어림없다" 등 구호를 선창하며 탄핵 가결로 권한이 정지된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수사를 촉구했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국민이 건물주다, 청와대에서 방 빼라' 등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곧바로 나와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구호도 등장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구호를 주로 외쳤던 중고등학생들도 '박근혜를 구속하라'로 구호를 바꾸는 등 '구속'을 외치는 시민들이 늘어난 모습이었다.

경찰 버스에 박 대통령이 철창에 갇힌 모습을 그린 스티커를 붙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연합뉴스)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