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광장에서 희망 섞인 표정으로 시민들 집회 즐겨
'그동안 고생했다' 시민들에게 식음료 무료로 나눠주기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7차 촛불집회는 신명 나게 놀아보자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전 촛불집회도 축제 분위기는 있었지만, 박 대통령 퇴진의 첫 단추인 탄핵안이 무사히 통과되자 그 분위기가 더욱 증폭된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7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영하에 가까운 수은주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몹시 추웠지만, 시민 20만명(오후 5시 주최측 추산)은 어김없이 광장에 나와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단위로 나타난 참가자들의 표정은 지난 집회와는 사뭇 달랐다.

그동안 간절함이 배어 나오던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과 희망이 묻어났다.

어린아이들의 손에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풍선이 들려 놀이동산에 나온 느낌이 들었다.

한 시민은 솜사탕 기계를 들고나와 2천∼5천원에 파는 솜사탕을 어린이에게는 무료로 나눠주며 축제 분위기 조성에 한몫했다.

수원에 사는 최희태(57)씨는 "지난번에 190만명이 모였을 때는 집사람과 같이 나왔는데 오늘은 혼자 나왔다"며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기쁜 마음,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다. 기쁨을 자축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기자회견과 시국선언 등을 해온 중고생연대 소속 참가자들은 이날만큼은 신명 난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이들은 지난 집회와 같은 프로그램 없이 말 그대로 '북 치고 장구 치며' 놀다 갈 예정이라고 했다.

중고생혁명 소속 참가자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하다가 광화문광장에서 멈추고서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가'를 틀어놓고 즉석 '댄스타임'을 열고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거리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의 노고가 컸다며 식음료를 무료로 나눠주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카페를 운영한다는 김인숙(49·여)씨는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눠줬다.

그는 "토요일마다 문 닫고 커피를 나눠주고 있는데 1∼2주에는 '하야커피', 3∼4주에는 '탄핵커피'였고, 오늘은 '탄핵축하커피'이자 '구속커피'"라며 "생강차 등도 나눠주고 있다. 시민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업체인 힘찬마루·㈔평화의친구들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치지 말고 힘내시라고 닭 잡아서 만든 닭발엑기스 드립니다. 이거 먹고 힘내서 청와닭 좀 잡아주세요!'라고 쓰인 플래카드 내걸고 실제 닭발로 만든 진액 음료를 무료로 나눠줬다.

역사박물관 앞에서 시민들에게 1톤 트럭에 쌓인 복숭아즙과 여주즙을 나눠주던 임두혁(29·충북 음성군 감곡면)씨는 "시민들이 고생해 탄핵안 가결을 끌어낸 것"이라며 "그동안 지켜보기만 했는데 응원하는 의미로 무료로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 앞을 가로막은 버스 차벽 위에 있는 경찰관이나 의경에게 "고생한다"며 귤·초코파이·초콜릿 등 간식거리를 던져주는 모습도 목격됐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대희 박경준 이효석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