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로고스·세종·율촌·지평·JP·태평양·화우, 베트남서 '영토 경쟁'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의 법률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이 급증하면서 법률 서비스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한국 주요 로펌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오는 16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사무소를 열고 베트남 중북부 지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을 상대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광장은 올해 1월 베트남 최대도시 호찌민에 처음 진출했다.

호찌민과 하노이의 거리가 2천㎞를 넘고 하노이를 중심으로도 법률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하노이 사무소도 두기로 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11월 말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면서 베트남 법률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법무법인 세종은 내년 초 베트남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로고스가 한국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2006년 베트남에 발을 디딘 이후 JP, 율촌, 지평, 태평양을 포함해 총 8개의 한국 로펌이 베트남에 둥지를 틀게 된다.

베트남이 최근 몇 년간 연 6%대의 고속 성장을 하는 가운데 한국이 최대 외국인 투자자로 자리 잡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5천 개를 넘으면서 한국 로펌들의 신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들 로펌은 특히 작년 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경제공동체(AEC) 출범 이후 베트남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다른 동남아국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로 구축하고 있다.

광장 베트남법인 대표인 한윤준 변호사는 6일 "베트남 경제지표와 전망을 보면 신규 진출이나 인수·합병(M&A), 인프라 투자 등에 대한 법률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과거 주먹구구식 경영에서 벗어나 준법 경영을 강조하는 투자 기업도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법률 자문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6월 설립된 태평양 베트남법인의 대표인 배용근 변호사는 "베트남에서는 M&A는 물론 부동산 투자와 공장 설립,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민관협력사업(PPP)도 활발하다"며 "'차이나 리스크'를 피하려는 한국 기업이 이런 베트남시장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배 변호사는 "올해 초 미얀마 양곤사무소도 문 연 데 이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국가의 주요 로펌과도 업무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율촌 하노이사무소장인 이홍배 변호사는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인허가에서 운영·관리 자문까지 법률수요는 많다"며 "미얀마에도 율촌사무소를 두는 등 동남아시장에서 종합적인 법률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기업 인허가 사업의 베트남 로펌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대형 로펌 대부분이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해 일부 로펌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지에서는 법률 서비스 경쟁으로 우리 기업들이 혜택을 보겠지만, 베트남 전문변호사 스카우트 경쟁 과열과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