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수확의 계절이다. 각 기업이 잇따라 합격자를 발표하는 가운데 롯데그룹은 6일 올 하반기 공채 신입사원 환영식인 ‘롯데 뉴커머스데이’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한다. 지난해 ‘뉴커머스데이’에 참석한 신입사원과 부모들이 활짝 웃고 있다. 한경DB
12월은 수확의 계절이다. 각 기업이 잇따라 합격자를 발표하는 가운데 롯데그룹은 6일 올 하반기 공채 신입사원 환영식인 ‘롯데 뉴커머스데이’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한다. 지난해 ‘뉴커머스데이’에 참석한 신입사원과 부모들이 활짝 웃고 있다. 한경DB
A기업의 31세 김 대리는 올 하반기 공개채용에 합격한 신입사원들과의 OJT에서 32세의 신입사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대학 졸업유예 이후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친 신입이었다. 김 대리는 “후배 신입사원이지만 나이가 많다 보니 스스럼없이 대하기는 껄끄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신입사원이 늘어나는 반면 20대 신입사원은 줄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올해 신입사원을 뽑은 기업 498곳을 설문조사했더니 84.9%가 “30대 이상의 신입사원이 있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기업에 지원한 응시자의 42%는 30대 이상이었고 실제 신입사원 10명 중 3명(31%)은 30대였다.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취업난에, 스펙쌓기에…30대 늦깎이 신입사원 많아졌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분석에 따르면 1998년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25.1세였지만 10년 뒤인 2008년에는 27.3세로 2.2세 높아졌다. 올해는 남자 29.2세, 여자 27.9세로 더 높아졌다. 취업난으로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 졸업유예가 늘고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아 이직한 신입사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23.8%)을 신입사원 연령대 상승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대기업의 대규모 공채가 줄고 수시채용이 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원자의 높아진 눈높이’(23.3%)도 이유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박모씨는 “명문대학을 나오면 국내 대기업에 취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부모님의 기대가 있다”며 “‘주위의 눈’ 때문에 계속 대기업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학점, 어학점수, 해외연수, 인턴경험 등 취업에 필요한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한 ‘휴학과 졸업유예가 보편화’(16.3%)되고 있으며 취업난에 대학원 진학으로 인한 ‘고학력자가 늘어서’(13%)란 응답자도 많았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하반기 공채 때마다 1만명 넘게 지원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정량적 평가를 하게 된다”며 “채용 때마다 지원자들의 고스펙을 보고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원칙적으로 연령, 성별, 가족관계 등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나이 많은 신입사원 채용을 꺼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위계질서의 혼란’(35.6%)이다.

은행권의 한 인사담당자는 “원칙적으로 연령에 의한 차별을 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고령자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선배와 신입사원 간 대화 단절이나 호칭 문제가 모호해질 수 있어 적절한 연령대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취업포털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적정 평균 연령(4년제 대졸 기준)은 남성 28세, 여성 26세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30대 신입사원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신입사원과 선배의 대화, 막말 않기 교육 등의 대책을 준비 중이다.

30대 신입사원에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인사담당자의 절반에 가까운 46.9%는 “30대 신입사원이 20대보다 조직적응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응답했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사원은 회사 적응에 적어도 1년이 걸리는데 다른 기업에서 조직생활을 한 신입사원이나 연령이 많은 사람은 아무래도 적응력이 빠른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업무 이해도’(38.1%) ‘충성도’(38.1%) ‘예의 바른 태도’(24.6%) ‘의사소통’(22.4%) ‘팀워크’(17.9%) 등의 역량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개방적 사고’(19.4%) ‘열정’(19.2%) ‘체력’(16.7%) 등이 30대 신입사원에게 부족한 면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기업이 잇따라 신입사원 합격자를 속속 발표하면서 이번주부터 환영식도 열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하반기 공채 83기 신입사원 환영식인 ‘뉴커머스데이’를 연다. 롯데는 2011년 상반기부터 신입사원의 부모를 초청해 행사를 열고 있다. 효성도 오는 9일 저녁 서울 반포동 세빛섬으로 신입사원 합격자를 초청해 환영식을 한다.

이번주 합격자를 발표하는 은행들은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연수에 들어간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은 12일, 국민은행 KEB하나은행은 19일 신입사원 연수를 시작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