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코앞'에 가건물 짓겠다는 서울시
서울시가 국보 1호 숭례문 바로 옆에 대규모 ‘교통섬광장’을 조성한 뒤 그 위에 가설 건축물을 짓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근 남대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2층 규모의 고객만족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숭례문이 이 건축물에 가릴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보행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5일 “남대문시장 앞에 교통섬광장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비를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며 “내년 초 관계부서와 협의를 거쳐 광장 조성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통섬은 숭례문오거리에서 한국은행으로 향하는 남대문로 시작 지점에 자리 잡는다. 전체 면적은 800㎡(242평) 정도다.

서울시는 이곳에 내년부터 고객만족센터 및 각종 휴게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장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전용 공간을 설치해 달라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서울시는 내년 4월 서울역고가도로 보행공원 개방에 맞춰 이곳에서 남대문시장을 위한 상시 행사를 연다는 방침이다.

교통섬광장에 가설 건축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의 문화재보호 심의를 받아야 한다. 교통섬광장에서 숭례문까지의 거리가 50여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보 1호인 숭례문을 가릴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서울 도심의 상징도로 한가운데 가설 건축물을 건립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교통섬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교통섬은 교차로 앞에 보행자들이 멈춰 신호를 기다릴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차량이 교통섬과 인도 사이의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서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서울시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교통섬을 단계적으로 회전교차로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보행자 안전은 외면한 채 교통섬 조성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숭례문 옆 뿐 아니라 다른 장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