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 브랜드' 또 만들겠다는 서울시
‘I·청년·U’, ‘I·BUILD·U’, ‘I·FOOD·U’….

내년부터 서울시가 잇따라 선보일 브랜드 명칭들이다. 서울시가 10여년간 써 온 ‘Hi Seoul’(하이서울)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 내놓은 ‘I·SEOUL·U’(아이서울유·사진) 브랜드의 확장판이다. 도시 브랜드뿐 아니라 실·국별 자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아이서울유 브랜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글 체계를 파괴하는 ‘정체불명’ 브랜드를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4일 “아이서울유 브랜드를 토대로 실·국별로 내년 상반기까지 자체 브랜드를 선정하는 브랜드 확장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랜드 확장은 기업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는 전략을 뜻하는 마케팅 용어다. 친숙한 기존 브랜드를 이용해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쉽게 접근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이서울유는 개발된 지 1년 만에 시민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됐다”며 “아이서울유 브랜드 확장을 통해 실·국별로 추진하는 각종 정책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음식 관련 부서는 ‘I·FOOD·U’, 청년정책을 추진하는 곳은 ‘I·청년·U’, 건설 담당부서는 ‘I·BUILD·U’라는 자체 브랜드를 쓰도록 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실험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방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나온 지 1년이 지나고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마케팅을 했는데도 아이서울유 브랜드에 대한 시민의 호감도가 당초 기대치만큼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시민 800명(면접)과 온라인패널 2000여명(설문)을 대상으로 한 호감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8%만 ‘호감이 간다’고 답했다. 47.1%는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지난달 말 열린 서울브랜드위원회 정례회의에서도 이런 우려가 제기됐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교수는 “아이서울유도 아직 정착이 안 됐는데 너무 다양한 활용 브랜드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서울유 브랜드의 확장판이 한글과 영어를 섞어 언어 체계를 파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아이서울유 브랜드를 발표했을 당시에도 외국인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콩글리시(konglish)’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가 선보일 ‘I·FOOD·U’, ‘I·청년·U’, ‘I·BUILD·U’ 등은 아이서울유를 훨씬 능가하는 ‘언어 파괴’라는 게 일부 전문가의 비판이다. 서울브랜드위원회의 한 민간 위원은 “브랜드에 대한 창조적 접근도 좋지만 도를 넘어서는 언어 파괴는 문제가 있다”며 “말이 안 되는 브랜드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