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엘시티 PF 성사·시공사 유치 대가 의심…현기환, 혐의 부인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66·구속기소) 회장에게서 30억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단서를 검찰이 포착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엘시티 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포스코건설 시공사 참여를 알선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이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이 회장과 지인 간 돈거래가 이뤄지도록 소개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해 1월 엘시티 시행사가 부산은행으로부터 이른바 '브릿지론' 명목으로 3천80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출은 부산은행을 주간사로 하는 16개 금융기관이 지난해 9월 엘시티 측과 1조7천800억원의 PF 약정을 체결하기 전에 이뤄졌다.

당시 엘시티 시행사는 엘시티 땅(6만5천934㎡) 매수비와 설계용역비 명목으로 군인공제회에서 빌린 3천450억원의 이자도 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나빴다.

이때 부산은행이 엘시티 사업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부산은행은 '브릿지론' 명목으로 엘시티 시행사에 3천800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회장은 군인공제회로부터 대출이자 2천379억원을 면제받기로 하고 부산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군인공제회의 대출원금에 100억원을 더한 3천550억원을 상환했다.

검찰은 부산은행이 엘시티 시행사에 3천800억원을 대출해주는 데 현 전 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릿지론이 성사된 이후 수십억원짜리 수표가 이 회장 측으로부터 현 전 수석 측으로 넘어간 사실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 계좌에서 나온 수십억원이 현 전 수석을 거쳐 현 전 수석의 지인들 회사로 건너간 구체적인 정황을 잡고, 해당 회사 대표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돈의 성격과 거래 경위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지난해 7월 포스코건설이 엘시티의 시공사로 참여하는데도 현 전 수석이 개입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시티 시행사는 2013년 10월 중국건축(CSCEC)과 시공계약을 체결했으나 2014년 12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4월 시공계약도 해지됐다.

엘시티 시행사는 시공사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7월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을 전제로 시공사로 뛰어들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사업에 참여한 시점 전후에 이 회장과 현 전 수석 간 의심스러운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일 구속된 현 전 수석은 2∼4일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자해한 손목 치료를 이유로 조사를 받기 어렵다는 사유서를 냈고, 검찰이 수락했다.

검찰은 그러나 5일에도 현 전 수석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구인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