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대통령 반드시 대면조사"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최순실 씨(60·구속기소)의 국정농단 의혹 전반을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사진)가 2일 검찰 수사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특검은 “검찰의 수사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보고 원점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모금의) 본질을 직권남용 등으로 보는 것은 구멍이 많은 것 같다. 다른 쪽으로 우회하는 것보다는 때론 직접 (치고) 들어가는 게 좋을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박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융성이라는 명분으로 통치행위를 (했다고) 내세울 텐데 그걸 어떻게 깰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단 기금 문제는 본질을 봐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과정이 무엇인지, 거기에 대통령의 역할이 작용한 게 아닌지, 즉 근저에 있는 대통령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큰 직권남용죄보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서면조사는 시험 보기 전에 답안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며 “바로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말을 하다 보면 그 말에서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고 단서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며 “그래서 진술을 받는 게 필요하고 진술의 의미가 중요하다. 대면조사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특검은 특검법에 명시된 14개 수사 대상 외에 기존 사건과 연관·파생되는 사건으로 외연을 넓혀 적극 수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세월호 7시간 부분도 같이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주변 경호나 청와대 출입 등과 관련한 문제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육영수 여사의 사망 이후 박 대통령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진 최태민 씨와의 잘못된 인연이 ‘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졌다는 지적과 관련해 박 특검은 “유사종교 연루 부분도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검찰에서 유사종교 사건 수사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이다. 오대양 사건, 탁명환 피습 사건 등 (수사를) 맡아 종교 부분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최씨의 국정농단 행위를 묵인·비호한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수사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 김기춘 전 실장일 것”이라며 “그분 논리가 보통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