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포기·막중한 책임 부담에 고사…"특검보 인선 절반가량 진행"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게 될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출정' 준비부터 수사팀 구성과 사무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특검은 2일 서초구 반포동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특검보 후보를 일부 추천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사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특검보는 특검의 지휘·감독에 따라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파견검사 등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 특검은 7년 이상 경력을 지니고 현직 검사나 판사가 아닌 변호사 가운데 8명의 특검보 후보자를 선정,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하게 된다.

대통령은 3일 안에 4명을 임명해야 한다.

전날 임명장 수령 직후 윤석열(56·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파견 요청하는 등 특검팀 구성에 속도를 내는 듯했으나, 특검보 인선 작업이 순순히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특검보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고사하는 이유는 특검법에서 특검보가 공소유지를 담당해야 한다고 규정한 탓이다.

이들은 기소 이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변호사 겸업이 금지된다.

물론 특검법에 판결 선고와 관련해 1심은 기소일부터 3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전심 선고일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재판 규정 등을 준용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 실무상 이대로 진행되기란 매우 어렵다.

결국,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전관 변호사는 물론 판·검사 경력이 없는 변호사마저 '생업 포기'라는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주저한다는 것이다.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보는 검사장급 보수와 대우를 받을 수 있지만, 본인이 운영하거나 근무하던 변호사 사무실의 운영이 지장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특검법들은 특검팀이 공소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철수할 수 있도록 해 변호사 유지가 가능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기소가 이뤄지고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없는 부분은 변호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각별한 국가적 책임감과 정치적 소신이 있는 분들이 아니면 맡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보 임명을 고사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생업만이 아니다.

일부 특검보 지명자들은 이번 특검팀이 맡은 사안이 워낙 위중한 데다 수사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부담감을 느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이 이날 반포동 사무실에서 외출도 삼가며 특검보 인선과 수사팀 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날 오후 현재 특검보 후보자 명단의 절반을 채울 인사를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박 특검은 이날 오후 특검보 인선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현재 수락하신 분이 (전체 추천 대상의) 절반 정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역대 최대 수준의 '매머드급' 특검팀이 머무를 사무실을 신속히 구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다.

100명이 넘는 수사인력이 근무할 사무실과 회의실, 조사실, 브리핑실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박 특검은 앞서 기자들에게 "(특검 사무실을) 좀 구해달라"고 농담까지 하면서 "준비 기간 20일이 길지도 않은데, 제일 큰 문제가 사무실"이라며 난색을 보인 바 있다.

통상 특검 사무실은 수사관계 서류송달의 편의를 위해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이 선호되지만, 해당 지역 인근에 마땅한 사무공간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은 이날 중으로 검찰 측에 검사 10명의 파견을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이들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로부터 관련 기록·자료를 넘겨받아 사건 전반을 파악하는 이른바 '선발대'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