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문 닫고 철새 탐조 중단…철새 막으려 새총, 돌팔매질까지

"인적이 없는 산속으로 따오기들을 옮기고, 철새 접근을 막기 위해 고무줄 새총을 쏘거나 돌팔매질도 하고…. 직원들이 따오기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습니다.

"
경남 창녕군 우포따오기 장마분산센터 직원들의 말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이같이 따오기와 황새, 순계 토종닭, 토종오리 등을 복원, 보호하기 위해 운영 중인 전국 곳곳의 연구소와 공원 등에 비상이 걸렸다.

동물원들도 조류관을 폐쇄하고, 전국 곳곳의 철새 탐조 프로그램도 잇따라 중단됐다.

◇ '천연기념물 따오기·황새·토종닭을 보호하라'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 생태연구 및 복원사업을 하는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청남황새공원은 충북에서 AI가 발생하자 일반인 대상 생태교육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등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생태교육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이 언제라도 공원을 찾아 황새를 보며 생태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공원에는 95마리의 황새가 있다.

황새생태연구원으로부터 60여마리의 황새를 분양받아 지난해 6월 개원한 충남 예산군 예산황새공원도 초긴장 상태이다.

지난달 11일부터 관광객들의 공원 관람을 차단한 가운데 그동안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외부에서 사육하던 14마리의 황새도 모두 사육동으로 옮겼다.

70여마리의 황새를 관리하는 직원들 역시 출입 시 철저히 소독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연기념물 198호인 따오기 복원사업을 하는 경남 창녕군도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 역시 일반인 대상 개방을 지난달 22일부터 중단했다.

우포늪과 장척늪 모든 탐방로 입구에는 발판 소독 카펫을 설치하기도 했다.

센터는 전체 따오기 171마리 가운데 70마리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이곳으로부터 10㎞가량 떨어진 인적 드문 장마분산센터로 옮겼다.

철새 도래지인 우포늪 인근 복원센터가 AI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장마분산센터 직원들은 이중삼중 소독을 하고, 철새 접근을 막기 위해 수시로 날아오는 철새들에게 고무줄 새총을 쏘거나 돌팔매질하는 등 온 신경을 따오기에 집중하고 있다.

순종 토종닭과 토종오리를 보호, 연구하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도 강원도 평창 연구시설에서 사육 중인 토종닭 4천여마리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정규직 직원 1명과 계약직 직원 3명이 관리하던 닭 사육장을 정규직 직원만 출입하도록 하고, 일반인의 주변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다음 주 충남 천안에서 이곳으로 연구소 자체를 옮길 예정인 가금연구소는 연구동을 신축하면서 토종닭과 토종오리 등의 사육장을 철저히 분리하기로 한 상태다.

가금연구소는 2014년 3월 충남지역 AI 창궐 때 사육 중이던 오리가 감염되면서 1만5천여마리의 토종닭과 1천500여마리의 토종오리를 모두 도살 처분한 아픔을 겪은 뒤 연구소를 강원도 평창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 동물원, 조류관 관람 중지…곳곳 철새 탐사 프로그램도 중단
동물원들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AI 발생과 관련해 총 6단계의 방역 프로세스를 갖춘 용인 에버랜드는 현재 '관심'단계를 유지하며 공원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에 대해 방역을 하고 있다.

손님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조류의 실내 전시는 기존대로 진행하지만, 실외에서 전시 중인 조류는 모두 실내로 이동시켰다.

서울대공원은 큰물새장과 공작마을의 내부 관람을 중지하고, 어린이대공원 역시 들새장 관람을 중단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한강과 지천 철새도래지에서 진행하던 탐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탐방로 4곳과 조류 관찰대 4곳을 임시 폐쇄했다.

독수리와 부엉이, 원앙, 앵무새, 우간다에서 온 관학 등 54종 413마리의 조류가 있는 광주시 우치공원 동물원 직원들도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한 가운데 비상근무 중이다.

충남 서산시도 지난달 28일부터 철새생태공원인 버드랜드의 겨울 철새 탐조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김광호 유의주 이태수 정회성 최병길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