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났다 하면 잿더미"…겨울철 '축사 화재' 주의보
전기적 요인과 부주의가 주원인…전문가 "설비 수시점검 등 예방 중요"
대구 서문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많은 상인이 생활터전을 잃은 가운데 전통시장과 함께 화재에 취약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 농촌 마을 축사다.
겨울이면 소, 돼지, 닭 등 가축 보온을 위해 온열기기 사용이 크게 늘면서 과열이나 부주의 등으로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축사는 대부분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로 지어져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타버린다.
내부에 가득 찬 메탄가스 때문에 불이 순식간에 번져 피해가 커지기 일쑤다.
여기에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초기진화가 어렵다는 점도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이유다.
1일 국민안전처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 전국에서 848건의 축사 화재가 발생해 30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발생 건수는 우사가 349건(41.2%) 가장 많았고, 피해 규모는 돈사가 196억원(64.9%)으로 많았다.
화재 원인으로는 전체 축사 화재의 44.3%를 차지하는 376건이 합선이나 난방기 과열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분석됐다.
충남에서도 올들어 11월 말 현재 80건의 축사 화재가 발생해 26억6천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 25건(31.2%)으로 가장 많았고, 용접·절단 등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19건을 차지했다.
축사 화재는 났다 하면 가축 수백∼수만 마리가 꼼짝없이 연기에 질식하거나 불에 타 폐사하기 마련이다.
재산 피해는 웬만하면 억대를 넘는다.
지난달 16일 오후 4시 25분께 경북 경산시 용성면 한 돼지농장에서 불이 나 돼지 400마리가 타 죽었다.
불은 축사 2개 동 990㎡를 태워 9천여만원(소방서 추산)의 피해를 내고 1시간 만에 꺼졌다.
앞서 15일 오후 9시 40분께 경북 성주군 벽진면에 있는 한 농장에서도 불이 나 돼지 1천여마리가 타 죽었다.
지난 1월 18일 오전 7시 18분께 전남 신안군 지도읍 한 축사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축사 9개 동 중 2천15㎡ 크기의 1개 동이 탔고 어미 돼지 185마리와 새끼 돼지 3천483마리가 폐사했다.
전문가들은 축사 화재 3건 중 1건 이상은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인 만큼 안전점검만 꼼꼼히 해도 예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화재 예방을 위해 축사 내 전기시설이나 배선 등은 반드시 안전인증을 받은 규격제품을 사용하고 배선 피복 상태 등을 수시로 점검하며 용량을 무시한 배선연결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환풍기 모터 주변에 먼지가 쌓여 있으면 모터 회전수가 감소해 과부하의 원인이 된다.
외부에 노출된 전기배선에 거미줄이나 먼지가 쌓인 전기선로를 그냥 두는 일도 다반사다.
축사 지붕이나 벽이 인화성 높은 우레탄으로 지어져 불이 쉽게 번지는 점도 문제다.
축사 대부분이 소방서와 멀리 떨어져 있고 야간에는 상주하는 사람이 없어 초기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반복되는 축사 화재의 고질이다.
농업진흥청도 최근 적절한 소화 장비 준비와 누전 차단기 점검 등을 골자로 하는 축사 화재 예방 수칙을 발표했다.
이창섭 충남소방본부장은 "축사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축사 내 전기시설과 배선 등을 안전인증 규격제품으로 용량 이내로 사용해야 한다"며 "용접작업이나 쓰레기 소각에 주의하는 등 기본적인 예방 활동으로도 화재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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