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최악 실업대란' 몰려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내년 실업률이 3.9%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용시장이 외환위기 여파에서 벗어난 직후인 2001년(4.0%) 후 최고치다. 올해 청년실업률은 10월 말 기준 10.1%로 1999년(10.9%) 후 최악이었다.

3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7년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취업자는 29만6000여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실업률은 전년 동기보다 0.1%포인트 높아진 3.8%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취업자가 32만6000여명 증가했다.

노동연구원은 내년 고용시장의 체감온도는 올해보다 훨씬 더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구직단념자, 주부, 학생 등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보다 7.4% 감소한 1617만명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하반기 비경제활동인구가 1615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노동연구원은 예상했다. 그동안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던 인구가 대거 구직활동에 나서면서 실업률 지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구직을 하지 않고 버티던 사람들이 경기 둔화와 불확실한 취업시장 등에 대한 우려로 다시 고용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며 “주부들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졸업과 취업을 유예하던 대학·대학원생들이 계약직 일자리를 찾으면서 취업난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봉과 처우 등을 따지면서 취업을 미루던 과거와 달리 일단 일자리를 구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 실업대란' 몰려온다
주요 기업들은 정년 연장과 불투명한 경기 전망으로 인해 이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올초 약 7만8800명을 뽑을 계획이었던 10대 그룹의 실제 채용 인원은 5~1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10대 그룹은 지난해 8만1500명을 뽑았다.

철강 조선 해운 등 구조조정 업종은 더욱 심각하다. 매년 두 차례 신입사원을 뽑아 온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에만 대졸자를 채용하고 하반기엔 뽑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신규 채용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도 신한은행을 제외하고는 상반기에 공채를 하지 않았다.

노동연구원이 예고한 내년 고용시장 ‘먹구름’의 가장 큰 원인은 조선업 등 기업 구조조정에서 비롯될 제조업 상용직 일자리 감소다. 노동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고용시장의 최대 이슈로 ‘조선업 구조조정’을 꼽았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제조업 전반의 상용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업 상용직은 서비스업 임시직에 비해 근로자 임금과 복지 수준이 높아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된다.

올 3분기엔 제조업 상용직 근로자 수가 8만2000여명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16만8000여명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연령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약 70%를 차지하는 40대 이하에서 고용이 크게 줄었다. 방하남 노동연구원장은 “올해보다 내년에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조선업계 종사자들의 재취업을 도울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일자리 전망이 밝은 분야는 서비스업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34만1000여명 늘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26만4000여명은 55세 이상인 데다 상당수가 간병인, 환경미화원 등 저임금 일자리라는 한계가 있다.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자영업자도 ‘적신호’다. 자영업자는 지난 8월 증가세로 전환한 뒤 3개월째 늘고 있다.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자발적 창업이 아니라 은퇴 후 어쩔 수 없이 자영업으로 내몰린 사람들이다. 한계에 다다른 기존 자영업자들이 일자리 부족으로 버티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경기순환국면상 경기수축기였던 2011년 8월과 2013년 3월 사이 자영업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최근 나타나는 자영업자 증가 현상은 당시와 비슷한 상황으로 가계부채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심은지/백승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