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크림슨 칼리지(crimson college)’라는 새 학부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학부 신설에 반대하는 총학생회는 29일까지 6일째 대학 본관을 점거한 채 학교를 압박하고 있다. 대학 측이 “기존 학부를 통폐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총학생회는 점거를 풀지 않고 있다.

갈등은 이달 초 시작됐다. 교내 미래대(크림슨 칼리지의 별칭) 추진위원회는 지난 2일 기존 자유전공학부 정원을 흡수하고 다른 단과대에서도 정원 일정 부분을 빼와 미래대 정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교무위원회에 제안했다. 크림슨 칼리지는 전공 간 경계를 허물고 미래 사회의 유망 산업 분야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는 신설 학부다.

학교 방침은 곧바로 반발에 부딪혔다. 정원이 줄거나 학부가 폐지될 위기에 놓인 학생과 교수들의 반대를 등에 업고 총학생회는 24일부터 200여명의 학생과 함께 본관 점거에 나섰다. 이들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했다”며 “취업률과 대학평가 점수를 올리려는 의도로 만드는 단과대학”이라고 비판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고려대는 크림슨 칼리지를 수백명 규모의 단과대학이 아닌 80여명 수준의 학부로 축소하는 것을 포함한 수정안을 내놨지만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세훈 총학생회장은 “크림슨 칼리지 설립 계획 자체를 철회하지 않으면 본관 점거를 풀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