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진경준·우병우의 공통점은?…20대 초반에 사시  패스
현직 검사장으로는 최초로 해임된 진경준 전 검사장,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스폰서 검사’ 김형준 전 부장검사….

각종 비리로 재판을 받거나 검찰 수사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대학 재학 중 등 이른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일찍이 출세길을 달려왔다는 점이다. 이들을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가 ‘소년등과(少年登科: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다.

우 전 수석과 진 전 검사장은 각각 1987년, 1988년에 사시에 합격했다. 만으로 각각 20세, 21세의 대학 3학년 때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도 23세의 나이로 사시에 합격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가 졸업하던 해에 합격했다. 진 전 검사장과 우 전 수석만큼은 아니지만 이 역시 비교적 이른 나이다.

22세 때 사시에 합격했다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아무래도 사시에 일찍 합격하면 그 자체로 주변에서 인정을 받고 시간도 버는 셈인 만큼 검찰 내에서도 탄탄대로를 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시 합격 시기와 검찰 내 출세에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통계상으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48명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진경준 전 검사장 포함) 가운데 30세를 넘어 사시에 합격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가장 늦게 사시에 합격한 인물은 김강욱 대전고검장으로 당시 그의 나이도 29세에 불과했다. 이 외에 상대적으로 늦게 사시에 합격한 인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당시 28세), 양부남 광주고검 차장검사(당시 28세) 등이 있다.

이처럼 사시 조기 합격이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 소속의 한 검사는 “별다른 사회 경험도 없이 너무 이른 나이에 사시에 합격해 출세길만 달리다 자기성찰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로 성공하려면 처세술, 상사와의 관계 등도 좋아야 한다고”고 덧붙였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대형로펌 대표변호사는 최근 일련의 비리사건들에 검사 출신이 많이 관련되는 것을 언급하며 “성숙하지 않은 사람이 법을 다루는 건 어린이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며 “검찰 내부의 직업적 윤리의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