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사업에 시공사 참여·거액 대출, 인허가 특혜 의혹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 통한 수사무마 시도 의혹도 규명 대상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9일 현기환 전 정무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을 1차 기소하고 추가 의혹을 계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그 출발이 현 전 수석 소환이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전날 이 회장을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리거나 가로채고 지인에게 특혜 분양해준 혐의 등으로만 구속기소했다.

엘시티 정관계 로비의혹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핵심은 표류하는 사업에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을 약속하며 시공을 맡은 것과, 1조7천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에 외압에 있었느냐다.

또 아파트 건축 허용과 건물 높이 제한 해제, 맞춤형 투자이민제 적용 등 특혜성 인허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관심사다.

이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 등을 동원해 검찰수사를 무마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검찰이 밝혀야 할 과제다.

검찰은 우선 현 전 수석이 엘시티 시공사 유치와 자금조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과 현 전 수석 간의 수상한 뭉칫돈 거래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이 대가성 입증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검찰은 이미 현 전 수석이 청와대 재임 시절 포스코건설 대표를 만난 뒤 엘시티 사업이 술술 풀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시티의 자금조달에는 부산은행 고위층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돼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부산은행이 PF 약정 이전인 지난해 1월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엘시티 측에 이른바 '브릿지론' 명목으로 무려 3천800억원을 지원해 숨통이 트이게 한 배경부터 살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이 회장이 한 달 곗돈이 수천만원으로 알려진 이른바 '황제 친목계'를 함께한 최순실씨를 로비 창구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검찰수사의 숙제로 남아 있다.

특혜성 인허가와 관련해 현재 수면 위로 떠오른 인물은 정기룡 전 부산시장 경제특별보좌관이다.

정씨를 1차례 소환한 바 있는 검찰은 조만간 정씨를 다시 불러 2008년 8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엘시티에서 일하면서 맡은 역할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 부산시는 엘시티 부지 용도를 중심지 미관지구에서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하고, 60m로 묶인 건물 높이 제한을 풀어 101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해줬다.

또 환경영향평가는 아예 하지 않았고, 교통영향평가도 약식으로 끝냈다.

심지어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주변 도로를 확장해주기로 했다.

이 과정에 친박(친박근혜) 중진 새누리당 의원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살피고 있다.

검찰은 또 부산시와 해운대구, 부산도시공사의 전·현직 고위관료가 개입했는지 밝히려고 최근 해당 기관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해 자료를 분석 중이다.

법무부가 2013년 5월 단일 사업장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엘시티 부지를 투자이민제 적용대상으로 지정하는 과정에 법조계 인사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이 회장이 검찰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내사 단계에서 현 전 수석이 검찰 간부와 접촉하려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검찰과 국가정보원 간부가 이 회장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또 이 회장이 검찰수사를 피해 3개월여 잠적하면서도 '최순실 황제계'에 곗돈을 계속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을 풀 열쇠를 쥔 이 회장이 구속된 지 2주일이 지났는데도 금품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