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정부예산 확보 불투명…전남·경기 자체예산 전액·절반 삭감
나머지 지자체 축소 검토…입주기업 "정치 문제로 엉뚱하게 피해 봐"

전국 지방자치단체 특성에 맞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세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순실 국정 농단' 여파로 가동 1년 반 만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사태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정부와 지자체 예산 투입이 줄어들거나 끊길 가능성이 커지자 센터와 연계한 지자체별 역점사업도 줄줄이 위축될 수 있다고 자치단체는 우려한다.

또 박근혜 정부 임기가 끝나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없어지거나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입주기업 등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다.

최근 전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회는 도 경제과학국 내년 예산안 계수조정 소위원회에서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에 지원할 도비 1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창조경제혁신 펀드, 바이오화학 펀드 등에 투입할 예산 20억원도 깎았다.

이곳에는 17개 기업이 무상 입주해 마케팅, 멘토링 등 지원을 받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의회 예결위 심의나 내년 추경예산 심의에서 부활할 여지는 있다"며 "예산 반영 상황에 맞춰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19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내년도 운영 예산 15억원 가운데 7억5천만원을 삭감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도가 제출한 내년도 운영 예산은 모두 63억2천만원으로 국비 16억6천만원, 도비 15억원, KT분담금 31억6천만원 이다.

경제과학기술위원회 남경순(새누리당·수원1) 위원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국비 지원이 불확실해 서울시처럼 전액 삭감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입주한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피해 등을 고려해 일단 절반만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만약 국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간판을 바꿔 다는 등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활로를 다시 찾아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구, 광주, 울산 등 나머지 지자체 대부분도 올해와 똑같거나 소폭 늘린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원안 그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광주시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위한 내년도 예산으로 운영사업 지원비 10억원과 중소기업혁신지원보증펀드 10억원을 편성했다.

시의회는 다음 달 심의에서 이를 그대로 반영할지, 축소하거나 전액 삭감할지 고민하고 있다.

대전시의회도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내년도 예산을 삭감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대전시는 센터 예산으로 15억원을 책정했다.

세종시는 올해보다 3억원 늘어난 13억원을 편성했지만, 일부 시의원은 "청와대가 앞장서 만들고 대기업에 떠넘겼다"는 등 이유로 창조경제센터 사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인천, 충북, 부산, 울산 등도 관련 예산을 10억원∼22억원으로 편성해 의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창조혁신센터 예산은 국비 지원에 따라 시비를 매칭한 것이다"며 "국비 지원이 깎이면 시도 그에 따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센터 직원과 입주기업 관계자는 "국비에 이어 지자체 예산까지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업체인 핀테크보안인증솔루션개발업체 KTB 김태봉(43) 대표는 "해외출장 때 바이어 주선·행사장 비용 등을 받았는데 내년부터 줄어들 것 같다.

정치 문제로 엉뚱하게 입주회사가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혁신센터 가족기업 한 대표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성장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며 "씨앗을 안 뿌리는데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또 "혁신센터 가족기업 관계자 모두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난국'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정치와 기업 경영은 전혀 다른 것이고 외부환경 때문에 기업 경영이 위축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고 했다.

광주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이 줄면 역점사업인 자동차 부품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남도는 농수산 벤처 창업·육성, 웰빙관광 산업 발굴, 친환경 바이오 화학산업 생태계 조성 등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쟁의 요소로 벤처지원 시스템 자체를 단절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서울 같은 대도시는 대기업이 많고 창업센터가 활성화하고 있으나 사업 기반이 취약한 제주는 사정이 다른 만큼 중앙이 흔들려도 제주는 자체 판단으로 제 갈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

(장영은, 손상원, 신정훈, 박영서, 강종구, 변지철, 심규석, 이재림, 최찬흥, 최수호)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