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광주 등 14개 교육청 국정교과서 반대 한목소리
울산교육감만 '찬성'…대구·경북교육감 "입장 유보"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28일 공개된 데 대해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경기·광주·충북·경남 등 진보교육감들은 이날 공개된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해 "독재와 친일을 미화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울산교육감은 국정교과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나타냈고 대구와 경북교육감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드시 철회해야"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정부가 발표한 역사교과서 현장 공개본에 대해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며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8일 성명을 내고 "교과서의 국정화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힘겹게 일궈온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퇴행적 행위"이라며 "교육부에서 주도하는 국정교과서 검토본의 검토 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가 1948년 8월 15일을 기존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한 것에 대해선 "1948년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보게 되면 친일 행위가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주장"이라며 "이는 헌법 정신의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 서울교사들이 검토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교육부가 '역사농단'과 '교육농단'을 자행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교육부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됐지만 검토할 가치도 없다.

국가가 주도한 역사교과서가 원칙적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석준 부산교육감은 "오늘 발표된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은 우려했던 바와 같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등 반헌법적·비민주적·반교육적인 것이어서 교과서로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교사 출신인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국정 교과서를 '책상 위에 깔린 나쁜 우레탄'이라고 비교하면서 "이번 정권과 함께 퇴진해야 되는 게 국정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 교과서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면서 "교육부가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고 할 때 청와대는 이미 국정교과서 계획을 세워 놓고 밀어붙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제헌 헌법 전문을 위반한 반헌법적인, 밀실에서 작성한 비민주적인, 획일적 사고를 강요하는 시대착오적인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해야 한다"며 "국정화 정책 강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국정교과서 주문 취소…"현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 대응"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교육감들은 모든 역량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광주의 전체 90개 중학교에서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며 교과서 대금 지급 거부와 구입 대행업무 거부 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교육청은 이와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 검토회의에 불참하고 역사교과서 보조교재를 개발해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국정교과서 미사용시 발생할 수 있는 교육현장과 학생들의 혼란에 대비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내에 TF팀을 꾸려 대응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산교육청도 교단 지원자료를 제작해 학생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하고 교육부의 협조 요청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

◇ 울산 교육감 "오류 없으면 못 권할 이유 없어"
김복만 울산교육감은 이날 주례 간부회의에서 "기존 8권의 한국사 교과서는 오류가 많고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며 "교육부가 국정화 교과서와 관련해 한 달가량 각계의 반응을 보고 난 후 오류가 없다고 판단하면 국정교과서를 학생에게 못 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학생에게 통일된 하나의 역사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며 사실상 국정화 교과서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국정교과서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이용우 경북교육감은 "찬성 기조를 유지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전체 내용이 공개되고 난 뒤에 한번 더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찬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정책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학교가 선택할 문제로 학교장 선택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종합=연합뉴스) minu21@yna.co.kr